■ 새내기 교사들의 고충
어렵고 힘들었던 임용고시. 합격의 기쁨과 설렘을 안고 처음 교단에 선 날을 기억하시는지요. 그러나 부푼 마음도 잠시, 생활지도·학급경영·수업·행정업무·학부모 면담 등 온통 처음 접하는데다 마구 밀려오는 업무에 긴장했던 경험, 누구나 있으실 겁니다. 처음엔 서툴러도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기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지만 새내기 선생님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죠. 이런 문제들을 조금 더 지혜롭고 빠르게 극복하실 수 있도록 본지가 마련한 신학기 기획 ‘날아라 새내기, 모두가 멘토다’. 첫 번째 주제는 아이들과의 ‘관계형성’, 그리고 ‘생활지도’입니다.
밀고 당기기 필요하지만…막막해
매번 다양한 상황 “준비 어려워”
동료교사와 비교…자괴감 들기도
#. 교직생활 1년차. 5학년 담임을 맡은 서울 A초 B교사는 학생들과의 첫 만남에 있어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막막했다. 특히 ‘엄격함’의 기준에 있어 큰 소리로 학생들의 기를 죽이고 압박해야 할지, 첫 만남부터 웃으며 부드럽게 지도해야 할지, 중간의 적절한 지점이 고민됐다. 남교사인 그는 이후 남학생들에게는 엄했지만 상대적으로 여학생들의 응석은 많이 받아주게 됐는데, 너무 친밀감을 느끼게 해준 것이 화근이 됐다. 급기야 핸드폰을 뺏고 담임의 머리를 때린 후 도망치는 등 도를 넘어선 행동까지 하게 된 것이다. 안되겠다 싶어 심하게 꾸중을 놓았더니 책상을 친다든지 문을 세게 닫는다든지 반항적인 행동을 보여 난감했다.
학교생활의 1년을 결정짓는 학기 초. 새내기 교사들은 고민이 많다. 편하게 웃으면서 대하면 얕잡아 볼 것 같고, 너무 엄하게 다루면 오히려 마음의 벽을 쌓게 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도 적절한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다 생각되지만 경험이 없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 올해 2학년 담임을 맡은 서울 C초 D교사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학생을 지도하게 됐다. 임용시험을 공부하면서 이런 학생을 만나면 어떻게 지도하라는 내용의 책을 수도 없이 보고 외웠지만 현장에서 접한 현실은 이론과 너무나 달랐다. 교실을 마구 돌아다니는 아이를 잡으러 다니며 스스로 많은 화를 참아야 했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 같았다. 그는 이 학생을 지도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 4학년 담임인 서울 E초 F교사는 분노조절을 잘하지 못하는 학생을 만나 수업 첫날부터 기싸움을 벌여야 했다. 모든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유독 그 학생만 발표를 하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렸던 것. 모든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에게 발표할 것을 다섯 번이나 요구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아 놀이시간에 따로 상담을 해야 했다. 이후에도 학생은 그를 향해 불만스러운 눈빛을 지속적으로 보내거나 말대꾸를 하며 고집을 부려 앞으로의 지도가 걱정스러웠다.
저경력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를 하면서 아동 발달의 특징이나 심리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급식, 화장실, 복도 통행 등 생활지도를 할 때 학년별로 어느 정도까지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계와 방법을 잘 알지 못해 난감해 한다. 수업지도는 미리 준비할 수 있지만 생활지도는 그때마다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므로 준비하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진다.
선배 교사들은 “교직생활을 하다보면 독특한 성향을 지닌 다양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런 문제행동은 부모마저도 고치기 어려워 교사가 아무리 애써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며 “자신이 뭐든지 잘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학생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생활지도가 잘 안 된다는 인식은 자괴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선배나 다른 동료 교사들의 학급 운영은 순조로워 보이는데 유독 우리 반 아이들만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아직 초임이니까…’ ‘점점 나아지겠지…’ 싶으면서도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은 욕심 때문에 원칙보다 감정이 앞서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김정희 광주 문흥중앙초 수석교사는 “교직 경력이 늘어갈수록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참아주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며 “아이들이 소란한 것은 담임교사의 무능력이라는 논리로 접근하기보다 교사들 각자의 교육철학과 스타일의 차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교사는 또 “최선을 다하되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좋아진 모습, 작은 노력으로 하나씩 변화하는 모습에 만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