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과별 칸막이 없앤 교과서

2015.03.13 08:07:18

기초학교, 소재 중심 통합교육

타 교과 내용 숙지, 통합 교과서 집필
자전거 소재로 사회·환경·과학 가르쳐


핀란드는 교육과정에서 통합교육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핀란드에서는 통합교육을 위해서 교사들이 각 과목을 검토해 재구성하는 일은 흔치 않다. 핀란드의 기초학교 교과서는 집필자들이 이미 다른 교과의 내용을 숙지하고 통합적인 내용으로 집필해 놓았기 때문이다. 통합교과 교육에 대해 아직 교사들의 역량이나 재량에 맡기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소재 중심 통합 교과서의 한 예를 들면, 핀란드의 기초학교 3학년 자연 교과서에는 한 단원이 자전거에 관한 내용이다. 자전거 단원은 총 60쪽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세 분야는 1) 교통안전과 교통규칙 2) 지구 환경의 중요성 3) 자전거에 적용된 물리적인 원리이다.

교통안전과 교통규칙에서 보행자를 포함한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롤러보드를 탈 때 주의해야 하는 복장과 안전모 등을 소개한다. 도로와 교차로에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도 세세하게 가르친다.

두 번째로 다뤄지는 환경 부분에서는 깨끗한 물, 오염되지 않은 음식, 깨끗한 공기 등의 중요성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다.

이어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쓰레기를 다루게 되는데 이 내용은 핀란드 국민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자기 몸무게의 3~7배에 가까운 200킬로그램을 넘는다는 사실부터 소개를 한다.

수업에서 조별로 쓰레기를 감소시키는 방법을 탐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뒀다. 조별 활동에서 학생들은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제품의 대체 수단,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 등을 탐구한다.

환경 분야의 마지막 과정에서는 쓰레기 분류와 재활용을 다룬다. 재활용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통해서 쓰레기 분리 수거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자전거에 적용되고 있는 물리적인 원리의 통합 교육이다. 어려운 과학 원리를 아동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자전거에는 삼각구조의 원리, 마찰의 원리, 톱니바퀴의 원리, 핸들에 적용되고 있는 지렛대의 원리 등 각종 기계의 원리들이 적용돼 있다.

자전거는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있어서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다. 아이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과학 이론을 알도록 유도한다. 또한 생활하는 공간에서 이러한 물리적 원리가 적용되는 사례를 조사하도록 구성돼 있다. 아이들의 체험, 실생활, 학문적인 원리, 다양한 응용 등이 함께 어우러진 통합 교육이다.

핀란드 교과서에서 추구하고 있는 소재 중심의 통합 교육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착수하면서 한번쯤 핀란드의 교과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정도상 ‘북유럽의 외로운 늑대! 핀란드’, ‘엄마로 돌아가라’ 저자, 언어과학/핀란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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