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괴롭힘 당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2015.05.04 10:18:05

법무부, 인실련 인증 학폭예방 프로그램 운영
800여 초·중학교 적용…학생 10만명 참여
역할극 등 통해 상황별 대처, 또래 중재 배워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면 어떻게 행동할지 다짐을 적은 나뭇잎을 행복나무에 붙여주세요.”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한터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 학교폭력예방을 위해 법무부가 개발하고 인실련이 인증한 ‘행복나무 프로그램’을 적용한 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수업에서는 신체적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우리 반의 약속을 정하기로 했다.

수업은 친구를 때리는 학생과 맞는 학생,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을 등장인물로 하는 역할극으로 시작했다. 이날 수업은 소수의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대다수의 학생, 학교폭력을 보고도 방관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각자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4~6명이 모둠을 이뤄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일명 ‘피라미드 토의’를 통해 하나의 의견으로 통일시켰다. ‘괴롭히는 친구를 말리고 선생님께 말씀드립니다’, ‘친구를 때리지 말고 잘못했을 때는 먼저 사과합니다’, ‘약한 친구를 도와줍니다’ 등 5개 모둠에서 의견을 발표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 ‘친구를 도와줍니다’라는 우리 반의 약속이 정해졌다.

이 학급에서는 이미 세 번의 수업을 통해 ‘툭툭 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다함께 놀도록 합니다’, ‘바른말을 사용합니다’라는 약속을 정했다. 학생들은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나뭇잎 모양 스티커에 적고 칠판에 그려진 행복나무에 붙이며 수업을 끝냈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학교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와 유형별 상황을 10가지로 선정, 상황별 역할극과 토의를 통해 학급 규칙을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홍지연 교사는 “학생들이 역할극을 통해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방관자의 모습을 인지하고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처 능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행복나무 프로그램 외에도 학생 마음 다스리기와 언어 개선하기, 모의 재판 수업을 통한 학교폭력예방 활동 ‘웃어라 교실아 꿈꿔라 학교야’, 법의 의미와 준법정신에 대해 가르치는 ‘법친구! 행복한 우리’ 프로그램을 초등학생용으로 개발했다. 중학교 시기에 절정을 이루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다양한 유형별 대처 방법을 역할극, UCC제작이나 골든벨 퀴즈 등의 체험활동을 통해 배우는 ‘마음모아 톡톡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인실련의 인증을 받은 이 4개 프로그램은 법무부가 법질서 준수와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법사랑 학교’로 지정한 전국 797개초·중학교에서 지난 4월부터 운영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국 10만 여명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함에 따라 인성교육 확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수업 차시별로 지도안과 학생 활동 자료, 동영상 등이 상세하게 마련돼 학교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어 교사들의 관심도 높다. 또 프로그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법무부가 현장 교원을 대상으로 권역별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법무부는 오는 11월까지 학교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사전·사후 설문조사를 통해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도 진행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교폭력 상황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고 건강한 또래 중재자로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행복한 학교,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며 “프로그램 효과성 검증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문영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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