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은 학생때만 받는 것이 아니다”

2015.06.01 16:14:35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포럼 개최
정창우 교수 “인성은 전 생애 걸쳐 발달
성인도 인격적으로 미완성임을 인식해야”

가정·학교·지역사회 협력체계 강화 필요
부모교육 의무화, 협동 수업 운영 제안


인성교육의 대상을 학생으로만 한정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성은 전 생애를 걸쳐 형성되는 만큼, 교사와 학부모도 함께 인성을 배양할 수 있도록 개인적·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패럼타워에서 ‘인성교육 실천을 위한 개인적, 사회적 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포럼에서 정창우 서울대 교수는 기조 강연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아동기와 청소년 시기가 인성발달을 위해 중요한 시기이기는 하지만, 인성 발달 과정은 전 생애를 통해 지속된다는 점이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성 발달은 성인기 이전이나 직후에 급격히 느려지거나 멈춘다고 했던 기존 이론들을 반박하는 새로운 증거들이 발달심리학이나 뇌과학적 근거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성인기에도 취직이나 결혼, 출산 등으로 인한 역할 변화로 도덕적인 자질이 변화될 수 있다”며 “성인들도 지속적으로 인성을 형성하고 실현할 책임을 지닌 미완성의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자녀와 학생을 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도덕성과 시민성을 요체로 하는 인성교육은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적인 습관화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충분한 시간과 인내를 갖고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공동체가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성공적인 인성교육을 위해 그가 내놓은 기본 전제이다.

토론자로 나선 교원과 학부모, 학생들은 이같은 정 교수의 주장에 동감하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류미경 포항제철동초 교장은 “불안한 부모가 변해야 학생들에게 일등, 공부만 강조하는 사회 풍조가 바뀔 수 있다”며 “일회적인 부모 대상 특강을 벗어나 자녀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면 최소 10시간 이상은 바른 교육관 정립과 대화법을 중심으로 부모교육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교장은 “교사도 성취기준과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학습의 양을 줄이고, 협동 학습이나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한 인성교육 중심의 수업을 실행하도록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민서 강원 경포중 2학년 학생은 “교과서적이고 틀에 박힌 인성교육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학생들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 집중하므로 학생 개인에 맞춰진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희창 서울 배재고 교사는 “어른들 자체가 행복하지 않다보니 아이들에게도 가르치지 못한다”며 “사회와 학부모가 좋은 대학에 가기를 원하는데 학교에서 성적은 안올리고 행복에 대해 가르친다고 하면 불만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학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종교계 설립 학교들이 설립 목적이나 정체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한다면 인성교육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초중고 세 자녀를 가진 김동은 학부모는 첫째 아이가 등교를 거부해 대안학교에 들어가면서 세속적 성공에 매달렸던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변하게 된 개인적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그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성장하는데 방해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처럼 아이를 타자로 인정하고 부모 자신이 성장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자신의 교육 철학을 ‘방목’이라고 정의했다.

인성교육진흥법을 처음 제안했던 임정희 (사)밝은 청소년 이사장은 가정에서의 학부모 역할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보완될 것을 제안했다. 임 이사장은 “자녀의 학교 입학 시 부모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혼인신고 때는 예비 부부교육, 자녀 출생신고 때는 예비 부모 교육을 받은 것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동, 청소년 업무가 8개 이상의 부처에 분산된 점을 지적하며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연계된 인성교육 통합서비스센터 설치를 제안했다.

홍순혜 서울여대 교수는 “학교에서 팀별 프로젝트 수업을 하며 협력을 강조해도 상대평가라는 제도가 걸림돌이 돼 안타깝다”며 “인성친화적 교육환경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교사들을 교육하고 학교 외부의 지원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문영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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