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으로, 세계로… ‘나눔 실천’, 교사도 학생도 함께 성장한다

2015.06.12 19:21:41

▨수기 부문-신호근 교사, 최우수상 영예

아이들과 함께 여성용품 제작하고
4년째 개발도상국 여학생에게 선물
“누구랄 것 없이 힘 보태던 아이들
스스로 나눔의 의미와 행복 깨달아”


‘우리 반의 나눔 활동은 신나게 달리는 자동차 같았다. 모든 일이 시작하는 힘을 얻는 것은 힘들지만, 움직이고 나면 그 힘으로 탄력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새 아이들은 나눔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이득과 손해를 따져 묻던 계산적인 아이들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최우수상 수상작 ‘나눔이 희망이 되고 행복이 되다’ 중에서>

교총이 제63회 스승주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2015 사제동행 봉사활동 체험 수기 공모전’ 결과가 발표됐다. 최우수상의 영예는 신호근 강원 상지여고 교사가 차지했다. 심사위원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의 학생들을 위해 직접 만든 물건을 기증하고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면서 “‘삶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에서 사제동행 봉사를 하는 이유와 철학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수상 소식을 접한 신 교사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상을 받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3년 전, 신 교사는 마음에 큰 생채기를 입었다. 삶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 교직을, 윤리 교사를 택한 그였다. 그만큼 나눔과 행복을 가르치는 일은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나눔을 이야기할 때마다 아이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반문했다. 나눔과는 어울리지 않는 계산적인 모습에 ‘포기’를 떠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도덕 수업 시간이었다.

“당시 환경미화 심사와 체육대회에서 받은 상품권을 어떻게 쓸지 우리 반 아이들과 고민하고 있었어요. 피자를 시켜 자축 파티를 하자는 의견이 다수였지요. 회의 직후 도덕 시간, 국제 구호 활동에 대해 수업하면서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어려운 현실을 소개했어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에 아이들은 숙연해졌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비참한 현실을 접하고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요. 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고 제안했죠.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너도 나도 돕겠다고 나섰다. 신 교사는 직접 방법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아이들은 구호 단체를 조사한 후 회의를 거쳐 개발도상국의 여학생들에게 여성용품을 기증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대로 된 여성용품이 없어 각종 여성 질환에 노출된 또래를 위해 직접 만든 면생리대를 선물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피자 파티 대신 나눔 실천을 택했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나눔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부족한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서였죠. 점심시간에 각설이 타령을 부르면서 물건을 파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아이들을 오해했던 내 자신이 옹졸했구나, 생각했어요.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존재도, 어떤 것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는 존재도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마음을 나눌 줄 알고 노력하는, 근사한 인격체였죠.”

한 땀 한 땀 꿰매 만든 면 생리대, 마음을 담은 작은 엽서, 내일을 생각하며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연필과 볼펜…. 소녀들의 예쁜 마음이 담긴 선물 꾸러미는 구호단체를 통해 캄보디아의 한 마을로 전달됐다. 이후 학급 활동에 그치지 않고 참여를 원하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확대돼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신 교사는 “매년 아이들이 ‘선생님, 올해는 활동 안 해요?’ 물어온다”면서 “그때마다 더 나은 봉사, 더 의미 있는 나눔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보자’고 답한다”고 귀띔했다.

우수상은 박명순 부산 금명여고 교사와 박현성 경남 김해신안초 교사에게 돌아갔다. 박명순 교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역 봉사활동 이야기를 풀어냈다. 심사위원들은 “시각장애인용 점자 도서를 발간, 보급하기 위한 과정이 상세하게 서술돼있다”면서 “나눔이 불러올 나비효과를 기대하는 교사의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고 평했다. 박명순 교사는 “교사라는 신분은 더 많은 학생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단 장점이 있다”면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 있는 봉사는 교육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고 했다.

박현성 교사는 ‘상상을 현실로 사제동행 봉사단’을 조직해 또래 멘토링 봉사와 재능 기부 봉사 등 지역 사회에서 나눔을 실천한 경험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체험 수기 부문 수상자 ▲최우수상 신호근 강원 상지여고 교사(나눔이 희망이 되고 행복이 되다) ▲우수상 박명순 부산 금명여고 교사(나눔의 나비효과), 박현성 경남 김해신안초 교사(사제동행 봉사활동으로 바른 인성을 함양해요) ▲장려상 박성림 서울 한영고 교사(음성 꽃동네를 다녀와서), 이규인 씨(분홍맘의 알콩달콩 사제동행 봉사 이야기), 윤선 강원 강일여고 교사(장애, 우리에겐 長愛), 양정훈 경기 삼일상고 교사(더불어 함께하여 가치 있는 삶), 성정림 서울신암초 영양교사(“더불어 살다 보니 순간마다 즐겁습니다”)
김명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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