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으로 사랑을, 행복을 알았습니다”

2015.09.17 20:57:29

‘선생님 자랑대회’에 쏟아진
학생‧학부모들의 담임 찬가

초등학교 6년 동안 이렇게 화목한 반에서 생활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이 티격태격 거릴 때에도 금방 간단한 게임을 통해 화해시키고 다시 재미있게 놀게 해주시는 선생님은 저의 6학년 담임선생님, 우리 6반의 평화의 달인, 멋진 김달호 선생님이십니다. (중략)

선생님과 교실에서 생활하는 하루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점심시간 선생님과의 급식 데이트였습니다. 급식데이트는 점심시간에 출석번호로 돌아가며 선생님과 마주보고 1:1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모두들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어떤 이야기를 할지 행복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과의 데이트 때, 작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과 친한 친구들 이야기, 제가 좋아하는 것들, 저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고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경험을 가지고 제게 많은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급식 데이트가 끝나고 선생님과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다정한 데이트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층 선생님과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록 시간은 짧지만 너무 멋지고 값진 데이트였습니다.

이렇게 모든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6반…. 김달호 선생님이 담임이었던 우리 반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서준 서울 대청중 1학년)


학교보다는 밖으로 더 도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했지만 아이는 점점 더 비뚤어져 갔습니다. 그런 아이로 인해 상담을 갈 때마다 선생님은 단 한 번도 아이를 놓지 않으셨습니다. 학교를 빠지니 성적은 말할 것 없고 출석일수가 모자라 학교에서 자퇴를 권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선생님은 언제든 아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셨고 배려해 주고 기다려 주셨습니다. 가을이 깊어갈 쯤 아이 엄마는 세상을 떠나게 됐습니다. 3학년 3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그 쓸쓸한 장례식장을 채워줬습니다. 함께 슬퍼해주던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면서 아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습니다. 이후 아이는 학교를 잘 다니고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가지고 있던 교사에 대한 이미지를 한 번에 깨주셨고, 부모의 부재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에게 정말 감사한 분이십니다. 먼 훗날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사회의 일원으로 자랐을 때,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이 큰 밑바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박정남 서울 문정고 A군 외숙모)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 서울1‧2‧3지구가 연합 개최하는 ‘선생님 자랑대회’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위 글은 수상작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우리 선생님이 좋아요!’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는 2860여 명의 서울지역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스승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선생님 자랑대회는 교사들이 자긍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돕고 좋은 학교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6년부터 시작됐다.

교사, 학부모, 학생 부문으로 나눠 수상자를 선정하며 교사상은 학생‧학부모들이 응모한 글 에서 발굴한다. 올해는 강순덕 영도초, 김달호 자곡초, 김태웅 창동초, 김희숙 온수초, 노재경 등서초, 문명은 동대부중, 변금교 세화여중, 엄유경 창동초, 장혜원 문정중, 전지현 선사초, 최병근 휘경초 교사가 ‘자랑스런 선생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학생부문에서는 김재은(덕수초 6학년), 방민솔(여의도초 5학년), 이서준(대청중 1학년) 학생이 교육감상인 ‘스승사랑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학부모 부문에 주어지는 ‘아름다운 동행상’, 학생부문의 ‘스승존경상’ 등 100여 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승상을 받은 김달호 자곡초 교사는 “모든 선생님들이 하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 상을 받을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좋은 제자를 만난 덕분인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가르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상을 받은 김재은 양은 5학년 담임이었던 윤창숙 교사와의 추억을 담은 글로 주목받았다. 김 양은 “사춘기를 겪고 있었는데 선생님을 만나고 일기와 독서록 쓰기 습관, 계획을 짜는 습관 등이 길러졌고 지금까지의 학교생활 중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1년이었다”며 “나중에 선생님과 같은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부문에서 수상한 강영숙(온수초 3학년 김현승 군 모) 씨는 “아이의 2학년 담임이었던 김희숙 선생님께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아이의 상태를 점검하고 상담해주신 덕분에 대화하는 가정, 자녀를 더욱 사랑하는 가정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발전시키고 변화시켜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23일 지역사회교육회관 소극장에서 이뤄진다.
김예람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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