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대학 중퇴 심각…졸업생 수만큼 지원금

2015.10.26 10:05:57

학업 엄격…자연과학계열 42% 포기
쾰른사범大 수학 시험 94%탈락도
주정부, 졸업생 1명당 4000유로씩

내년부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모든 대학들은 졸업생 1인당 4000유로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신입생이나 재학생을 위한 지원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지원금을 부여하는 제도는 독일에서도 생소하다. 졸업생 지원금 제도가 생겨나게 된 이유는 학업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렵기로 유명한 독일대학들은 학생들의 학업 중도 포기를 오래된 숙제로 떠안고 있다. 특히 정보공학, 화학, 엔지니어링 등 자연과학계열은 학업 중도 포기율이 전체 학생의 42%나 차지할 정도다. 당장 고급 인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쓸 만한 인재가 부족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졸업생을 증가시키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고 있지 못하다. 실력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단 한명만 남더라도 모두 퇴출시키겠다는 상아탑의 자존심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등록금도 받지 않는 대학에서 실력이 없는 학생에게까지 세금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도 있고,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것에 대해 학교 입장에서 재정적인 부담이 없기도 하다.

대학은 학생들의 학업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에 쾰른 대학의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쾰른 사범대 학생의 94%인 347명이 수학 시험에서 탈락했다. 전체 369명 중 21명만이 시험에 통과한 것이다.

학생들은 시험 문제가 지나치게 어렵고 교수의 지도 방법이 잘못됐다고 항의했지만 담당 교수는 ‘문제는 절대 어렵지 않았다’며 점수가 부족하면 탈락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사태를 일축했다. 이 시험에서 유독 많은 학생이 탈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쾰른 대학 사범대 수학시험 탈락자는 평소에도 30~40%에 달했다고 한다.

수준 높은 대졸자를 배출한다는 측면에서는 이상적이지만 어려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중도 포기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주에서는 중도 포기자를 줄이기 위해 졸업생 1명당 해당 대학에 4000유로(512만원 정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학이 학생들의 학업과정에 유연성을 넓히 두고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더불어 졸업생 지원책을 통해 학력 세습 현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모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가정의 자녀들이 중도 포기율이 높다는 조사에 따라 이들의 졸업을 장려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주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학업 중단 비율을 20%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신입생 한 명당 보통 2만 유로가 지원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는 신입생 한 명당 1만8000유로(2300만원 정도), 졸업생 한 명당 4000유로를 지급키로 한 것이다. 이로써 이곳의 대학들은 한 학생을 무사히 졸업시키면 1명당 주에서 2만2000유로를 지원받게 된다. 
박성숙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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