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5件’…교사 10명에게 대체 무슨 일이…

2015.11.30 10:34:58

특수학교(급) 전공과 20년, 실태와 과제

안양해솔학교 전공과 교사들
학생 돌보다 맞고 꺾인 상해건수
덩치 큰 장애학생 한 반 10명
싸우고 소리치고 뛰쳐나가고
교사 혼자 역부족…학생도 위험
학교‧교사에만 책임 지울 건가





“이 학생은 제가 손을 놓는 순간 자해하거나 다른 친구를 때리기 때문에 항상 붙잡고 있어야 해요. 그동안 다른 학생들은 방치되죠. 잠깐 한눈파는 사이 자기들끼리 할퀴고 때리는 일도 빈번해요. 정신지체 장애인이지만 모두 성인이라 일부는 저보다도 덩치가 커요.”

정신지체 특수학교 전공과 교사들이 안전문제 등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원 충원, 시설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안양해솔학교. e스포츠 특별수업을 위해 전공과 학생 50여 명이 시청각실에 모였다. 교사들이 주의를 집중하고 있어도 학생들은 제각각 바닥에 주저앉거나 고성을 지르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시도를 수없이 했다. 기자가 들어선 때도 그 틈을 타 한 학생이 교출 시도를 해 교사가 뛰어나가 붙잡아왔다.

교실을 이동할 때는 더 특별한 주의를 요했다. 담임 혼자 10명을 케어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담임을 비롯한 보조교사들이 투입됐다. 교사들은 교출 학생들을 양 팔에 끼고 상대적으로 얌전한 학생들을 앞세워 걸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학생들이 펄펄 뛰는 과정에서 교사의 손목은 자꾸 꺾였다.

A교사는 얼마 전 자해 학생을 제지하다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가 파열돼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손가락에 부목을 착용하고 학생들을 돌보던 그는 “할퀴고 꼬집히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양해솔학교는 고교를 졸업한 정신지체 학생들의 자립 및 직업교육을 위해 2년제 전공과 6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 가능자들을 교육하는 취업준비반 2학급(정원 각 7명)과 직업능력이 약한 학생들의 자립을 돕는 자립생활반 4학급(정원 각 1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문제는 중증장애 학생 10명으로 구성된 자립생활반을 교사 혼자 감당하기에 무리라는 것이다. 전공과에는 담임 6명, 부담임 6명, 교외실습지도교사 1명이 있지만 각자 맡은 과목이 달라 수업은 혼자 진행한다. B부장교사는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교사들이 서로 돕지만 오늘만도 이런 일이 서너 번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에는 특수교육지도사 12명, 사회복무요원 5명 등 보조 인력이 있지만 유초중고에 우선 배치하기 때문에 전공과는 상대적으로 덜 고려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학생 수를 줄이거나 교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사고는 늘 순식간에 일어나요. 학생이 많을수록 교실은 소란스럽고 짜증이 나죠. 그러다보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져서 이상행동을 더 많이 해요. 원하는 게 있으면 주변을 안보고 밀치고 부수는데…큰 사고라도 날까 늘 노심초사예요.”

올해 3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전공과 학생 54명 간 일어난 상해는 932건, 교사 10명이 입은 피해는 535건에 달했다. 할퀴고 꼬집히는 경미한 일도 있지만 교사가 학생에게 코뼈를 맞고, 주먹으로 옆구리를 4차례 가격 당한다거나 쇄골을 맞는 사건, 송곳을 집어던지는 일 등 위험천만한 상황도 다수 있었다. 학생이 상해를 입으면 그 책임은 교사에 지워진다.

“팔에 조그만 멍이라도 들면 학부모 항의전화를 받기 일쑤예요. 그럴 때마다 저희는 죄송하다, 더 잘 지켜보겠다는 말 밖에 못 드리니 속상하죠.”

쉬는 시간은 더욱 심각하다. 남학생만 40명이 넘는데 이들이 머무는 4층 남자화장실에는 변기가 2개뿐이다.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참지 못하고 바닥이나 세면대에 볼일을 보기도 한다. 소변으로 흥건한 바닥에 주저앉기도 해 위생상태가 심각하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화장실 주변에서는 악취가 났다. 교사들은 화장실에 가는 학생을 살피는 한편 교실 안도 봐야하기 때문에 정작 본인이 화장실에 갈 시간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다.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바닥에 앉거나, 교실 안을 빙빙 돌아다녔다. 교사는 이들을 제자리에 앉히느라 진땀을 뺐고 한 아이를 앉히면 다른 아이가 일어났다. 얼마 전 공개수업에 참여했던 학부모들도 이런 광경을 보다 못해 교실을 나가버렸다.

교육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2004년 개교 당시 19학급으로 시작했던 해솔학교는 현재 38학급을 운영한다. 늘어나는 학생 수만큼 시설이 확보되지 못하다보니 교실이 모자라 세탁실과 원예실, 제과제빵실 등을 교실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 각종 기자재가 들어찬 교실에서 성인 11명이 생활하기는 비좁았다. 잠금장치를 했지만 교실에는 가위나 칼 등 위험한 도구들이 있었고, 오븐이나 인덕션 같이 고온 기구도 있어 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교는 교육청에 교원 충원 및 시설확보에 대한 요구를 계속해왔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최근 학교는 안전사고의 위험을 예방하고, 보다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내년 자립생활반 정원을 7명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학부모 반대에 부딪치는 내홍을 겪었다. 오재용 교감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관심과 적극적 협조 없이는 결국 학교‧학부모‧학생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학부모회, 교육청 협의를 통해 내년부터 정원을 일부 줄여 기존의 취업준비반과 자립생활반을 통합, 학년 당 3학급(각 7명)을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오 교장은 “학생과 교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인력 충원과 시설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훈 교감도 “학교는 학생들의 것이지만 교사들이 즐겁게 일할 일터이기도 하다”며 “사랑과 배려, 소명감이라는 이름으로 안전이 위협받는 근무환경을 언제까지 묵인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김예람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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