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학교 왜곡, 바로잡아야

2005.11.08 11:13:00

OECD가 내놓은 국제 교육환경평가에서 우리 나라는 학생들의 학교 소속감이나 교사의 헌신도는 조사대상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지상파 방송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공교육 붕괴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바로잡는 데는 교단 개혁이 시급하다며 최근 기획 시리즈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방송 보도 내용을 지켜보니 공교육을 바로잡기보다는 우리의 학교 교육을 노골적으로 추락시키고 있어 우려가 된다. 지금까지 방송도 문제점이 있었지만, 지난 번 ‘학원보다 학원이 좋아요’는 방송분은 왜곡 보도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방송의 기능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방송 내용은 이랬다. 학교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자고 있고, 학원은 회초리로 맞아 가면서 수업을 하고 있다. 전달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두 장면을 대비시켜 보도하며, 기자는 학원에서 학생들은 강사의 열띤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학교의 모습은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는 학생과 MP3로 음악을 듣는 학생을 클로즈업 했다. 학생도 인터뷰를 했고, 학부모도 인터뷰를 했는데, 그 내용은 모두 학교와 학원을 비교해서 학교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생활지도면도 학원이 우수한 것처럼 방송을 했다.

우선 이날 방송은 여러 면에서 심층 취재에 접근하지 못했다. 기획 방송은 필요한 보도를 위해 뉴스를 찾고, 기획 의도에 따라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날도 학생, 학부모, 학원 강사까지 동원해서 똑같은 목소리를 내보낸 것은 기사를 만들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러다보니 표면에 있는 현상만 말하고 통찰하지 않는 보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사실이라고 해도 편집 의도에 따라 전달 내용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위험성이 많고, 결국 진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방송 내용이 극히 일부를 일반화해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반화는 우리의 인식을 돕기도 하지만, 때로는 성급한 오류를 범한다. 방송의 생명은 진실 보도이다. 하지만, 일반화는 진실과 만나기 어렵다. 정확한 보도를 위해서는 현상을 전체적으로 보아야 하고, 풍부한 사례를 근거로 진실 추구에 접근하는 취재 태도가 필요하다.

또 하나, 최근 방송에서 다루는 학교의 부정적 모습은 왜곡된 면도 있지만, 일부 문제는 모든 조직에서도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론 이런 부정적인 모습은 극히 일부라고 해도 어느 조직에서나 근절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유독 학교 사회만 부패한 것처럼 여론화하고 그것을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

학교와 학원은 모든 기능과 역할이 다른 데도 방송은 이를 평면 비교해서 학교의 모습을 왜곡시키고 있는데, 이도 삼갈 문제다. 즉 학원은 교과 지식을 자의적으로 편리하게 조직화해서 가르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두뇌 속은 이미 정해진 물음과 정답이 기계적이고 단선적인 회로로 고정화되어 가기도 한다. 국가 기준의 교육 과정과는 상관없이 수요자의 요구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는 곳이 학원이다.

그러나 학교는 국가 기관의 일부로 고유의 임무와 역할이 있다. 학원처럼 임의로 만든 평가 도구를 활용하거나 단기간의 학습 결과로 학생을 보는 시각도 경계해야 하는 곳이다. 학교는 학습 결과 그래프가 올라가는 것을 채근하는 곳이 아니다. 학교는 개인이 남과 더불어 사는 방식을 배우는 공간이고, 지식 교육 이전에 이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꿈이 익어가는 미래를 기다리는 곳이다.

학교의 기능이 이런데도 불국하고 최근 사회적 분위기는 교육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학교가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경제적 생산성을 더 높일 것인가라는 잘못된 생각이 무성하다. 이런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일에 오히려 방송이 앞장 서야 한다. 방송은 대중이 상황을 통찰하고 진실 추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현상의 이면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어야 한다. 방송은 그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역사적 가치와 진실한 삶을 읽어낼 수 있는 취재를 통해 학교 문화를 선도하는 사회 정의의 종(鍾)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오늘날 교육계의 위기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양산된 잘못된 교육정책이 빚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와 정책의 비판을 통해서 학교의 올바른 문화 건설을 역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평생을 교직에 몸 바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교직이 철밥통’이라는 사기를 저하시키는 협송(?)만 계속된다면, 교육을 통한 우리의 희망 찾기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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