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

2005.11.10 21:39:00

내일은 11월 11일이다.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다. 1이 나란히 4개가 있는 날을 기념해 빼빼로를 주고받는다는 ‘빼빼로 데이’다. 물론 아이들에게까지 교묘히 상술을 이용하는 장사꾼의 농간으로 시작되었겠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문제가 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어떤 일이든 과하면 문제가 되는 법이다. 요즘 아이들 기념일이라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잘도 챙긴다. 그중 ‘빼빼로 데이’도 무척 중요한 기념일로 여기면서 지나치게 집착해 문제가 많다. 심지어는 수업시간에 선생님 눈을 속여가며 11시 11분 11초에 빼빼로를 먹기로 친구들과 약속하는 아이들도 있단다.

사실 각급 학교에서 ‘빼빼로 데이’의 기념일 때문에 문제가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념일 전후에는 편의점 등에서 기념품을 훔치거나 기념품을 사기 위해 돈을 갈취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매스컴의 가십 란을 장식하는 뉴스거리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 하필이면 ‘빼빼로 데이’인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부모님과 함께 현장학습을 다녀올 어린이가 전날인 오늘 미리 아이들에게 나눠줄 빼빼로를 사가지고 학교에 왔단다. 그런데 그 빼빼로 제품의 값이 10만원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 담임으로서 당연히 과다한 용돈 사용에 대해 주의를 줬나보다. 그때 아이의 반응이 가관이었단다. 반성은커녕 ‘내 돈 가지고 내 맘대로 하는데 웬 참견이냐?’고 따지는 아이 만나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래서 우리 학교는 내일 빼빼로와 초콜릿을 학교에 가져오지 못하도록 학생들에게 안내를 했다. 아울러 ‘빼빼로 데이가 학생들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인가?’와 ‘빼빼로 데이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설문을 통해 알아봤다.

우리 반 아이들이 설문에 답한 내용을 대략 간추려보면 아래와 같다.

*‘빼빼로 데이’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
1. 전에 학급에서 지갑이 분실된 일이 있었다.
2. 빼빼로를 사기 위해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부모님 돈을 몰래 훔쳐오는 아이가 있다.
3. 많이 받는 아이들은 기분 좋겠지만 친구들에게 소외당하는 아이들은 더 우울한 날이다.
4. 빼빼로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왕따 당할까봐 불안하다.
5. 용돈을 쓸데없이 많이 지출하게 된다.
6. ‘빼빼로 데이’에는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
7. 쓰레기가 많이 나와 교실이 지저분하다.
8. 빼빼로를 많이 먹는 것은 우리 몸에 좋지 않다.

*‘빼빼로 데이’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
1.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소중한 날이다.
2. 좋아하는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다.
3. 싸운 사람과 화해할 수 있는 날이 필요하다.

학교의 뜻을 이해하고 있는 설문을 읽으며 요즘 아이들은 참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참교육이 이뤄지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되리라는 확신도 가졌다. 개중에는 ‘빼빼로 데이’ 등의 기념일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것보다 가정에서 가족끼리 즐기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약속을 잘 지킬 아이들이 기다려진다.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들을 만날 내일이 기다려진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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