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찾기 같은 대학입시

2005.12.26 13:19:00

나는 고등학교 교사이면서 고3 딸을 둔 학부형이기도 하다. 수능 성적이 통지되고 딸아이의 정시모집 응시를 돕기 위해 대입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신문을 꼼꼼히 읽곤 한다.

그런데 대입관련 기사를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입시지도를 맡은 고3 담임은 아닐지라도 명색 고교교사인 내가 이럴진대 많은 학생과 학부형들은 어떨까, 새삼 걱정이 앞서기까지 한다.

지금의 대입제도는 한마디로 마치 미로찾기 같다. 원점수니 표준점수니 백분위이니 따위 용어들도 그렇지만, 꼭 그렇게 복잡한 제도의 시험을 치뤄야 대학을 갈 수 있는지 되묻게 된다. 학생들이 날밤새며 공부하기보다 대학지원하기가 더 어려운 지경이니, 뭐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게 아닌가?

국가시험인 만큼 난이도며 변별력 등 출제상의 기술적인 문제까지 탓할 생각은 없지만, 과거처럼 좀 단순화했으면 싶다. 예컨대 400점 만점에 그냥 몇 점이면 ○○대학 합격가능 등으로 자신의 점수와 지원 대학을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각 대학들의 전형방법은 마치 암호문 풀기와 같다. 각 대학들의 전형방법에는 학생부와 수능성적, 논술과 면접 등이 있다. 학생부는 석차 백분율을 적용하는 대학도 있고, 수ㆍ우ㆍ미ㆍ양ㆍ가로 된 평어를 활용하는 곳도 있다.

수능성적 반영도 복잡다단하기는 학생부와 막상막하이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중 어느 점수를 활용하는지, 특정영역에 가중치를 주는지 그 여부를 꼼꼼히 살펴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져야 하는 등 보통머리로는 어느 대학을 지원할지 도통 헷갈린다.

이렇게 복잡하여 마냥 헷갈리기만 하는 대입제도는 국민의 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민의 정부는 대통령공약사항이었던 대입난 해소를 교육개혁 차원에서 밀어 부쳤다. 고교졸업생 수가 대입정원보다 더 많은 이른바 ‘대입정원역전현상’은 그와 다른 현상이지만,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다.

극소수 학생들의 소위 명문대 진학이 이뤄지면 대다수 중ㆍ하위권 학생들은 어느 대학이든 입학이 가능한데, 왜 그런 복잡하다못해 혼란스러운 대입제도가 필요하냐는 것이다. 자신의 성적만큼 대학을 선택할 수 있으면 되지 전쟁터도 아닌데 무슨 ‘전략’이 왜 필요한지 그야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인 머리가 좋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지만, ‘황우석파동’에서 보듯 좀더 좋은 쪽으로 썼으면 한다. 최근 대입설명회장을 찾는 아버지들이 20~30%라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지만, 고3 딸에게 ‘네가 잘 알아서 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학부모라는 사실이 답답할 뿐이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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