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밤새 안녕하신지?˝

2006.02.19 22:07:00


학교의 이상 유무, 가장 궁금한 사람은 누구일까? 학부모, 학생, 교직원 모두 학교를 사랑하겠지만 그 중 교장이 아닌가 싶다. 학교 최고 책임자인 만큼 어깨도 무겁다. 출근하여 당직자에게 이상 유무를 최초로 보고 받는 사람도 교장이다.

그런 교장들에게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재학생 또는 졸업생이 방과 후 야간 시간에 학교에 들어와 당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교실에 물건을 두고 왔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하고 당직원은 안 된다고 하고···. 그것뿐일까? 그들은 학교 유리창을 깨거나 당직실에 돌을 던지는 등 당직자를 놀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리포터가 아는 모 중학교는 몇 년 전 야간마다 교실 유리창 수십 장이 깨져 학교장을 비롯한 교직원이 밤새워 순찰하여 학교를 지킨 적이 있고 모 중학교는 아예 CCTV 카메라를 설치하여 학교 시설물을 보호하기도 하였다.

일요일인 오늘, 수원 칠보산 등산길에 인근 학교를 들렀다. 우연치 않게 경비용역업체 소속의 당직원 B씨(70세)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가 혀를 찬다. 당직근무를 하다보니 야간에 졸업생들이 학교에 들어와 음주, 흡연, 함부로 침뱉기 등을 하는데 그냥 볼 수 없을 정도라 한다. 또, 그 중 일부는 애정행각(?), 폭죽터뜨리기 등으로 당직자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잡을라치면 동작이 빨라 잡기도 어렵고 설사 잡아도 법적으로 처리하기도 어려워 학교 선생님께 알리면 철저히 지도하려 않고 그냥 어물쩍 넘어간다는 것이다. 하기사 교권이 떨어져 학생들에게 교사의 지도가 먹혀들어 가지 않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누가 이런 일을 앞장 서 지도할까?

그러다 보니 야간의 학교 공간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교육이 존재하지 않은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학교는 밤새 안녕하신지?˝의 걱정거리는 사회와 교육계의 무관심 속에 교장과 당직원의 골치덩어리로 자리잡은 지 오래된 것이다. 다만,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을까? 물론 있다. 재학생들에게는 전 교직원들이 학생 생활지도를 강화하여 모교 사랑의 정신을 일깨우고 사회질서와 법규를 준수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졸업생 지도는 지역교육청이 실태를 파악하여 교육청 차원에서의 지도 대책을 강구하고 초·중·고교가 연계하여 더 이상 요선도 학생이 발생되지 않도록 정보를 공유하여 적극적인 생활지도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교육의 사각지대로 변한 심야의 초·중학교, 더 이상 모르는 체 할 수는 없다. 용역업체에 맡겼다고, 학교에서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 60세에서 70세의 용역업체 노인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 그들에게는 그 일이 힘들고 해내기 어려운 너무나 벅찬 일이기 때문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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