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우리말글살이>-4 '왠일'이라니요?

2006.03.04 16:06:00


(ㄱ) 오늘은 '웬지' 공부가 하기 싫다. 날씨 탓일까?
(ㄴ) 네가 '왠일'로 전화를 다했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둘 다 맞는 표현일까요? 틀린 표현일까요? '왠'과 '웬'의 발음이 비슷해서 자꾸 헷갈린다고요? 둘 다 틀렸습니다. 다음처럼 써야 바른 표현입니다.

(ㄱ) 오늘은 '왠지' 공부가 하기 싫다. 날씨 탓일까?
(ㄴ) 네가 '웬일'로 전화를 다했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서 '왠지'를 '웬지'로, '웬일'을 '왠일'로 잘못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글은 물론이고, 유명 문인의 책에서도 눈에 띄고, 심지어 신문 활자나 방송 자막에서도 이런 틀린 표현들을 더러 보게 됩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왠'과 '웬'의 발음을 잘 구별하지 못하면서, '왠지'의 '왠'과 '웬 떡'의 '웬'을 '왠'으로 써야 하는지, '웬'으로 써야 하는지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웬'과 '왠'은 분명히 형태와 의미뿐만 아니라 품사까지도 다른 말입니다.

(ㄱ)의 경우에는 '왜 그런지(모르게)'를 의미하므로 '웬지'를 쓰면 안 되고, '왜인지'가 줄어든 '왠지'를 써야 합니다. '왠지'는 '왜 그런지 모르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를 뜻하는 부사로, 의문사 '왜'와 '인지(서술격 조사 '이다'에 어미 '-ㄴ지'가 결합한 꼴)'가 줄어든 말입니다. 그래서 '왠지'는 의미상 '왜'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① 그 소식을 들으니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구나.
② 어제는 내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나도 모르겠구나.

①의 '왠지'는 '왜 그런지(모르게)'라는 뜻과 통할 뿐더러 이들은 서로 쉽게 바꾸어 쓸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왠지'의 '왜'가 '무슨 까닭으로', 또는 '어째서'를 의미하는 부사인 '왜'(②)에서 기원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왜 그런지(모르게)'라는 의미로 쓸 때는 '왜'와 의미상 밀접한 관련이 있는 '왠지'라고 적어야지 '웬지'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반면 (ㄴ)의 경우에 '웬'은 '어찌 된' 또는 '어떠한', '의외'의 뜻을 지닌 관형사로 쓰이거나 합성어의 일부분으로 쓰입니다. 의미상 '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③ 웬 영문인지 몰라 한참을 생각하였다.
④ 이게 웬 떡이냐?
⑤ 철수가 웬일로 결석을 했을까?

③~④의 '웬'은 각각 '어찌 된'과 '어떠한'의 의미를 갖는 관형사로, ⑤의 '웬'은 '웬일'이라는 합성어의 일부분으로 쓰인 예입니다. '웬'이 ⑤의 경우처럼 합성어의 일부분으로 쓰인 예로는 '웬만하다', '웬만치/웬만큼', '웬셈' 등을 더 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웬'의 어떤 예도 의미상 '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때에는 '왠'이라고 적어서는 안 되고 '웬'이라고 적어야 바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주의할 점은 '웬'이 명사 앞에 쓰일 때는 원칙적으로 띄어쓰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예외도 있어, '웬+일'(어찌된 일, 또는 어떻게 된 일), '웬+걸'('웬 것을'의 준말)은 두 낱말이 합쳐서 별도의 독립된 명사가 된 경우이므로 붙여 써야 합니다. 다시 말해 '웬일'과 '웬걸'은 합성어이기 때문에 붙여 쓰는 것입니다. 우리 문법에서 합성어의 경우,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들 알 것입니다.

참고로 단어의 짜임새를 살펴보면, '어머니' '하늘'처럼 하나의 실질 형태소로 된 말은 '단일어'라 하고, 하나의 실질 형태소에 접사가 붙거나, 두 개 이상의 실질형태소가 결합된 말을 '복합어'라 합니다. '복합어' 가운데에서 실질 형태소에 접사가 붙은 '덧버선'(접두사 +실질 형태소), '사람들'(실질형태소 +접미사)과 같은 말을 '파생어'라 하고, 두 개의 실질 형태소가 결합된 '집안' '등불'과 같은 말은 '합성어'라 합니다.

아직도 '웬', '웬일', '왠지'의 쓰임이 어렵게 느껴지십니까? 그럼 더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을 꾸밀 때는 '웬(어떤)'을, 그밖에는 '왠지(왜인지)'를 쓰시면 됩니다. 다른 구별 방법으로는 '어떤'으로 바꿀 수 있는 말은 '웬'을, '무슨 까닭인지'로 바꿀 수 있는 말은 '왠지'를 쓰시면 됩니다. 따라서 우리말에 '웬지'나 '왠일', '왠'은 없습니다. '왠'을 쓰는 경우는 '오늘은 왠지 마음이 서글퍼진다'의 '왠지'밖에 없습니다. 즉 '웬일', '웬 말', '웬 사람' 등에는 모두 '웬'을 쓰고, 오로지 '왠지'에서만 '왠'을 쓴다고 기억하시면 틀릴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 한번 연습 삼아 몇 개만 더 해 볼까요?

- 오늘은 웬지 비가 올 것 같다. ( )
- 선생님, 어제 왠 사람이 왔었습니다. ( )
- 서울에는 웬 차가 이리도 많으냐? ( )
- 이게 웬 떡이냐? ( )
- 저 친구가 오늘 웬일이지? ( )
- 모래밭에 웬 꽃이 다 피어 있지? ( )

* 정답 : X / X / O / O / O / O / O
김형태 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