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책없다'라고도 하고 '주책이다'라고도 하는데, 어느 게 맞나요? 그리고 '주책'을 '주착(主着)'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맞는 말인가요?"
이 질문처럼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는 뜻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책없다'와 '주책이다'라는 말을 함께 쓰는 것을 보게 됩니다. 과연 '주책이다'와 '주책없다'라는 말은 같이 써도 되는 것일까요?
(가) "아이고, 정말 주책이야!" / "그 양반 왜 그렇게 주책이니?"
(나) "저런 주책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 "그 양반 왜 그렇게 주책없니?"
이 가운데 어느 것이 바른 표현일까요? 여기서 '주책이다'는 '주책없다'의 잘못으로 비표준어입니다. 따라서 (나)가 맞는 표현입니다. 여기에서 '주책'은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생각, 판단력, 혹은 주관이 뚜렷해서 흔들림이 없음'을 뜻합니다.
따라서 '주책이 없다'고 하면 일정한 주장이 없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지만, '주책이다'라고 표현을 하면 '주책이 있다'의 뜻과 비슷하게 되어 우리가 흔히 쓰는 실없는 사람의 의미와는 멀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주책없다'가 표준어이며 바른 표현입니다. 또한 '主着'이라는 한자어에서 온 말이라 하여 '주책'을 '주착'으로 잘못 쓰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현행 맞춤법상 '주책'이 맞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주책'의 뜻을 알아보는 것도 그 쓰임새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주책'은 크게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서로 다른 의미입니다.
우선 '주책'(1)은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나이가 들면서 주책이 없어져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생각할수록 운명의 장난이란 주책이 없는 것 같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주책'(2)은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로 사용된 예로 '주책을 떨다', '주책을 부리다', '주책이 심하다', '주책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1)번의 의미로 쓰인 '주책없다'와 (2)번의 의미로 쓰인 '주책'은 서로 그 의미가 다르며 각각 사용 가능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흔히들 사용하듯 '주책없다'의 의미로 '주책이다'라고 한다면 이는 잘못입니다.
'주책없다'에서 나온 말들 주책-바가지
[--빠--]
「명」주책없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입이 헤퍼서 그저 주책바가지인 줄만 알았는데 친일해서 누리는 부귀를 제법 신랄하게 업신여기고 있었다.≪박완서, 미망≫/용하는 저 주책바가지 나잇값 하지 못한다, 그런 눈초리로 쳐다본다.≪박경리, 토지≫§
주책-망나니
[-챙---]
「명」주책없는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 ¶이 주책망나니는 벌써 닷새째 집에도 안 들어오고 회사엘 가 봐도 모른다고 하고….≪염상섭, 대목 동티≫§
다시 말해, '주책없다' '주책이 없다' '주책을 떨다'는 다 맞지만 '주책이다'라는 표현은 그릇된 것입니다. 《표준어》제25항에서는 '주책없다'가 표준어이고 '주책이다'는 표준어가 아님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안절부절못하다'와 '안절부절하다'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느 것이 바른 표현일까요? '안절부절못하다'가 맞는 말이고 '안절부절하다'는 잘못된 말입니다.
"너 왜 그렇게 안절부절해?" "무엇 때문에 안절부절이야" "그렇게 안절부절하는 모습은 처음이야"라는 표현은 모두 잘못된 표현입니다. '안절부절못하다'가 바른 표현이므로 "너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해?" "무엇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은 처음이야"로 고쳐야 맞는 표현입니다.
* '안절부절'의 사전적 의미 안절부절: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모양.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다/흥선은 정침으로 들어왔지만 마음이 내려앉지 않는 듯이 안절부절 윗목 아랫목으로 거닐고 있었다.<<김동인, 운현궁의 봄≫/전차에 올라타자 조바심은 더욱 심해지고 안전부절 견딜 수가 없었다.<<이호철, 소시민>>
안절부절못하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
거짓말이 들통 날까 봐 안절부절못하다/마치 그것이 뭔가 단단히 잘못된 일이기나 한 듯이 익삼 씨는 얼른 대답을 가로채면서 안절부절못하는 태도였다.<<김흥길, 완장>>
'안절부절'은 원래 '이러지도 저러지도'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려면 '안절부절못하다'로 써야 맞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못하다'를 생략한 '안절부절'만으로 '안절부절못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인정하여 '안절부절못하다'의 의미를 띤 '안절부절'을 표준어로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안절부절'의 이런 쓰임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다'라는 말을 '안절부절하다'로 쓰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절부절하다'는 '안절부절못하다'의 잘못된 쓰임입니다. 참고로 '안절부절'을 한자어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자어가 아니고 우리 고유어임을 알려드립니다.
다소 힘들고 귀찮아도 우리 모국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글맞춤법'을 지켜나가고 표준어를 구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국어 사랑'이 곧 '나라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기사 작성에 '국립국어원' 질의 응답과 '한교닷컴'의 바른말고운말을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