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이 죽 끓듯 한다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할까요? 4월의 봄 날씨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주말과 휴일에는 눈이 따갑고 숨을 쉬고 어려울 정도로 황사가 심하더니, 오늘은 촉촉이 내리는 봄비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황사먼지가 사라지자 한겨울에 김이 잔뜩 서렸던 안경이 맑아지는 것처럼 세상이 다 깨끗해 보입니다.
흘러가는 시냇물에 모난 돌들이 조약돌로 거듭나고, 내려가는 한 바가지의 물에 콩나물이 쑥쑥 자라듯 그냥 한차례 봄비가 지나갔을 뿐인데 오늘 따라 새움을 틔우는 초목들이 이토록 싱그러울 수가 없고 때마침 피어나는 봄꽃들이 이렇게 반짝일 수가 없습니다.
보라고 해서 봄이라고 했다지요. 오늘은 하늘도 가을처럼 멀리 달아난 듯 보입니다. 모처럼 서울하늘이 안경을 새로 맞춰 쓴 것처럼 투명해졌습니다. 아니 물처럼 맑아졌나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저녁노을이 아름다웠습니다. 도저히 혼자 보기 아까워 사진기와 두 눈에, 그리고 마음 깊은 곳까지 가득가득 저물어가는 서울하늘과 깊어가는 서울의 달밤을 담았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했나요? 꽃샘추위와 짙은 황사에도 불구하고 봄은 오고 꽃이 피는 것을 보며 저절로 옷깃이 여미어집니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의 위대한 스승입니다. 비 갠 후의 아름다운 노을을 보면서 봄꽃처럼 한번 활짝 웃어보기 바랍니다.
특히 현재 힘들고 어려운 일 때문에 봄이 왔어도 봄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겨울을 물리치고 봄을 열어 제치는 자연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새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