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을 뒤흔드는 스타 중 스타는 하인즈 워드다. 그 모자는 열흘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오늘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방송, 신문 등 모든 매스미디어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방영하고 있다. 왜 안 그러겠는가?
비록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미국 최대의 꿈의 잔치, 프로미식축구 슈퍼볼 결승대회에서 피츠버그 스틸러스팀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자 최우수선수(MVP)인 그. 하인즈 워드와 어머니의 가슴을 울리는 인생드라마가 미국인들과 한국인들을 넘어 전세계인을 함께 감동시키고 있다.
소위 melting pot라 불리는 여러 인종이 함께 섞여 사는 미국에서 어려운 역경을 이기고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한 유색인종 모자(母子)로서 그들이 이뤄낸 쾌거는 삶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하인즈 워드는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시피 주한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이 단어는 가정문화단체인 <하이패밀리>에서 지적한 것처럼 ‘혼혈아’라는 용어는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면서 ‘다문화가족 2세’로 표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논의되는 용어 중 “결혼이민 가족”등이 있다.)로서 어머니인 김영희씨의 지극하고 따뜻한 교육열과 눈물과 감동으로 점철된 성장기 그리고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자가 이렇게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기 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뒷모습은 어떠했는지 한번 반성해 보고 싶다. 우선 필자부터도 황인종이면서도 흑인종을 대하면 왠지 열등하고, 더럽고, 추해 보이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런 반면에 백인종들을 보면 이국적이면서도 멋있어 보인다는 마음은 왜일까?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것중 하나가 유색인종과 한국사람 사이에 태어난 다문화가족 2세들을 보는 눈이 다른것을 느낄수 있다. 전자로는 인순이와 박일준(가수), 후자로는 데니스 오와 다니엘 헤니(탤런트) 등으로 대표될 수 있다. 그들이 현재 성공(인기)했느냐 실패했느냐는 차치하고 처음 연예계에 발을 내딛었을 때 그들을 봤던 우리들의 모습을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 하인즈 워드를 낳았을 때 주위의 싸늘한 반응과 입에 담지못할 멸시를 안고 그들 부자는 외롭게 이땅을 떠났다. 그러나 이제는 錦衣還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중 그들이 공항에 돌아 왔을 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따뜻한 말을 전한 사람이 있었는가? 정치인과 매스미디어들은 생색내기와 이미지 가꾸기를 위해 사진 찍기만 바빴을 뿐이었다. 이른바 돈이 되니까 CF에 출연시키느니 뭐니 하며 호들갑을 떨 뿐이었다.
하인즈 워드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을 몇 가지 적고 이 글을 끝낸다.
첫째, 이 사회의 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작은 배려가 아쉽다. 개천에서 용 나야만(이러한 표현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사람 대접을 해주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인가? 그래도 다행인것은 다문화가족 2세들의 차별을 막기 위한 법(혼혈인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려고 추진중이며,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농산어촌 지역은 결혼하기가 힘들어 동남아시아 지역의 여성이 많이 들어와 제2의 하인즈 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추정 인구로만 40만쌍이라고 한다. 동남아인뿐만 아니라 그 자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보살핌이 범정부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하인즈 워드와 어머니 김영희씨 개인의 인간 됨됨이다. 신문기사 스포츠 면에 따르면 미식축구라는 운동경기의 특성상 부상은 피할 수 없는 가장 큰 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워드는 프로에 입단한 이례 8시즌 동안 단 한 경기에만 결장할 정도로 강인함과 꾸준함, 성실성을 선보이며 팀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정받았다.
하인스 워드의 또 다른 강점은 겸손함과 그를 바탕으로 한 락커룸 장악력이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겸손하지 못하고 동료들과의 불화가 잦아 팀 화합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좋은 선수'는 될지 몰라도 '훌륭한 선수'로는 평가받긴 어렵다. 학창 시절 홀어머니를 둔 혼혈아라 놀림 받았던 자신을 팀의 일원으로 융화시킬 줄 알았던 워드의 친화력은 프로에서도 빛을 발했다. 경기장에선 뛰어난 와이드 리시버로서 능력을 과시하고 락커룸에선 겸손함과 친화력을 인정받으며 그가 하는 말과 행동들이 동료들을 뭉치게 하고 투지를 불태우게 만드는 존재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한다.
또한, 홀어머를 향한 하인즈 워드의 끝없는 효심과 어머니 김영희씨의 자녀를 위해 끝없는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고, 낙심했을때 용기를 넣어준 행동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처럼 자기 주체성을 망각하고 행동하는 일부 한국사람들은 연어가 산란을 위해 험난하고 머나먼 고향으로 돌아오듯 고국으로 온 하인즈 워드의 마음가짐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