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개정으로 인해 세간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필자도 사학법에 찬성하는 입장이라 2005.2.14 [사학법 개정을 환영한다.]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그간 많은 사학들이 대한민국 교육발전에 이바지한 功이 있다 하더라도 허물 또한 많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시교육청에 근무하면서 느끼는 것 또한 사학에 대해 그다지 부드러운 시선을 보낼 수 없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이른바 족벌경영, 부정비리 등에 연루되어 많은 사학들을 궁지에 몰아 넣었던 어두운 사연과 달리 아주 투명하고 훌륭하게 사학경영을 한 이사장이 있기에 소개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대전테크노밸리지역에 위치한 대전중일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경금학원 이사장 윤경수(93살)씨이다. 윤 이사장은 1987년 개인적으로 못다한 배움의 꿈을 실현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대전에서 가장 가까운 면소재지 가운데 학교가 없는 곳을 택해 이곳에 사학을 설립했다. 그는 지업사를 통해 모은 사재를 털어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3년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했으며, 개인 소유 토지를 법인에 출연하였다. 현재 이곳은 대덕테크노밸리지구로 지정되어 대규모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최첨단 지구가 되었다.
윤이사장의 학교 경영중 칭찬할 만한 일로는 첫째, 족벌경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립학교 이사진들을 보면 설립자의 친인척이 다수 포진되어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금학원은 교장부터 행정직원까지 윤이사장의 친인척은 단 한명도 없다고 한다. 굳이 찾는다면 교육경력이 많은 윤씨의 처가 법인 이사로 참여하여 조언을 해주는 정도라고 한다.
둘째, 연륜만큼 겸손하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중일고에 다목적 강당을 지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그의 호 秋湖를 따 이름을 넣자는 의견을 단호히 뿌리치고 지역 주민들이 같이 사용 할 수 있도록 이 지역 이름을 딴 관평체육관으로 지었다고 한다. 당시 이 소식을 듣고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내가 세운 학교에 내 재산을 내놓은 것이 무슨 자랑거리냐?”며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또한 상을 받는 자리에 나가 자신이 한 일을 알리려고 한 듯이 여겨질까 단상에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자그마한 일을 하면 드러내놓고 칭송받고 싶고, 어디에 가서 자랑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윤 이사장은 그러하지 않았다.
셋째, 돈을 쓸때와 쓸곳에 쓸줄 아는 사람이다. 중일고에 근무하는 교직원 말로는 윤이사장은 가끔씩 교장선생님이나 노력하는 평교사를 불러 봉투를 하나 전달한다고 한다. 가르치는데 노고가 많으니 식사라도 한번 하라고 격려차원에서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격려로 인해 교원들의 대부분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자기연찬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고 한다. 교원의 학력이 반드시 교육의 질과 연계되지는 않지만 대전지역 인문계 학교중 석박사 취득비율이 수위에 든다.
대충 몇가지 사례만 소개해 보았지만 사재를 털어 투명사학을 운영한 윤 이사장은 칭송을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분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대전시교육청이 올해 선정한 한밭교육상 교육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더욱이 얼마전에는 그의 자식같은 사립학교를 국가에 헌납한다는 발표도 하였다.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일부 부정비리 사학 운영이 경금학원 윤경수 이사장에게 만큼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가 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