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老人같은 교육계 지도자가 나와야

2006.07.24 12:01:00

요즈음 이규태 선생의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잘된다>는 책을 읽고 있다. 그 책 내용중에 요즈음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세태에 비추어 시사하는 바가 있어 몇자 적는다.

<굿모닝 미스 더브, Good morning Miss Dove)라는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적은 것이 있는데 대충의 줄거리는, 비둘기 할머니라 불리는 노처녀가 있는데 자그마한 소도시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시작으로 교장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 할머니는 요즈음 시각으로 본다면 奇人 기질이 있는 분인데 길을 걷다가 남의집 발코니에 시들어 보이는 화분이 있으면 초인종을 눌러 물을 주라고 시킨다. 또한, 길가의 보도블럭이 울퉁불퉁하면 시청사에 가서 당장 보수하라고 알려준다. 이러한 할머니의 행동에 대해 마을주민이나 시청 직원들은 뭐라하지 않고 오히려 등 뒤에 큰 절을 한다. 할머니의 기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데, 심지어 부부간의 싸움이 생기면 가정재판소에 가지 않고 할머니를 찾아와 상담하는 것이다. 일하지 않고 술만 먹고 난동부리는 청년에 대해 훈계를 하고, 작은 회초리로 매질을 한다. 그런 후 술집을 나갈때면 술집 손님들과 바텐더 마저 큰절을 하며 머리를 조아린다.

이처럼 그 사회를 구성하는 법률, 규범, 도덕을 초월한 덕망과 권위가 있는 비둘기 할머니이기에 건널목을 건너고 있으면 신호등과는 아랑곳없이 차가 모두 멈춰서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며, 생신날이면 온 시장이 撤市를 하여 축제를 벌이고, 교도소의 죄인들도 한시적으로 석방을 한다. 심지어 그 지역의 의회 의원들 조차 할머니의 분부를 따라 시행을 하게 되니 시의원들의 할 일이 없다. 시장, 행인, 교도소장, 죄인, 술집 망나니, 시의원 모두 할머니의 제자인 것이다.

이처럼 도덕과 학식, 덕망 모두를 갖춘 분이 그 지역사회에 있으면 관청도, 시의원도 별로 필요없는 이상적인 사회가 될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상상과 허구속에서 그린 영화가 아니라 미국 북동부의 실화를 그린 것이라 더욱 곱씹어 볼만하다.

예전에 각 고을에는 삼노인(三老人)이라는 연세많고, 덕망높은 세분을 추대하여 그 마을의 우두머리로 추대하여 그 마을의 대소사를 관장하고, 인륜 도덕까지 다스렸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분들은 각 집안의 가통과 형편을 손금 들여다 보듯 훤했고, 벼슬자리나 재물에도 욕심이 없고, 사또에게도 구애됨이 없이 마을 명예직 지도자로 추앙받았다.

요즈음 지방교육자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가 한창이다. 후보들 개인적으로 나름대로 훌륭하신 분들이라 저마다 자기가 속한 지역의 교육발전을 이끌 적임자라 외치고 있다. 여기에 유급제가 도입되면서 그런지 출마자 또한 더 난립하고 있는 현황이며, 이념대립과 한 자리 더 차지하기 위한 싸움때문에 각종 교원단체가 상호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은 전국적 현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전의 경우 전임 교육감의 낙마로 인해 교육감 재선거전에 교육위원 선거까지 겹쳐 가일층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위원의 경우도 守成하려는 자와 새롭게 入城하려는 자의 싸움이 심하다. 심지어 교육계의 지도자들이 되려는 분들이 제자들 앞에서 차마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흑색선전을 몇몇 사람들이 유포하고 있다고 하니, 당선이 된다면 과연 제자와 학부모들의 눈을 어떻게 볼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아름답고 선량하고 바른것을 가르치고 본보여서 당선돼야 할 분들이 오직 목표달성을 위해 상대방 후보의 확인되지 않은 추문들을 마구 유포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니 씁쓸하다.

오늘 대전지역 3대 일간지에 나온 교육감 재선거, 교육위원 선거 진행 상황을 학생들이 봤더라면 어떻게 어른들을 생각할까? 비록 필자가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차마 아이들의 눈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겠다. 경제학자 그레샴의 법칙처럼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내는 그런 결과는 오지 않았으면 한다.

삼노인같은 분들이 교육계의 지도자가 되는 날을 기다려 본다.
백장현 교육행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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