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20(마지막회)-델리 관광

2007.01.14 18:17:00

1.30 밤 7시 38분

델리에 도착하여 돌아가는 기차 예매를 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지났으니 내일 일찍 나오라고 한다. 나는 역 밖으로 나와 릭샤꾼의 도움으로 역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Chandler Palace G.H를 150루피에 얻었다. 아직 낮시간이다. 배낭을 두고 바로 나와서 도깨비 시장이라는 챤드리촉으로 가다가 인도의 지도자들이 화장된 기념공원 앞에서 내렸다. 그곳에는 간디와 네루, 인디라간디, 산자이 간디, 라지부 간디가 화장된 장소가 있었다. 

묘역 일대가 넓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단연 마하트마 간디의 추모공원이 으뜸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기타 공원은 사람들도 뜸하고 시설물도 별로 볼 것이 없다. 마하트마 간디가 인도 국민들에게 얼마나 추앙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추모공원은 온갖 새들의 낙원처럼 여러개의 호수가 있고 호수마다 수백 마리의 물새들이 놀고 있었다. 인디라 간디 추모묘역엔 큰 돌이 하나 세워져 있었고 산자이 간디 화장터엔 한 그루 나무가 서 있었으며 라지브 간디 화장터엔 연꽃모양의 돌문양이 가운데 놓여 있었다. 네루 수상은 웅장하게 조성되어 있었으며 경비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마하트마 간디의 화장터는 특별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영원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수많은 꽃과 분수로 장식되고 있었다. 성곽처럼 웅장하게 조성된 담장 위로는 사람들이 산책을 하며 기념공원을 내려다 볼 수 있게 꾸며져있다. 사방에 넓은 잔디가 조성되어 있어서 앉아서 가족끼리, 애인끼리, 학생들이 삼삼오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늘의 일정은 간디 추모 공원까지 보는 것으로 한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기차표 예약을 하고 찬드리촉으로 가서 그 일대 관광지를 보아야겠다. 

2005.1.31 월 맑음

새벽 7시 30분. 올드 델리 기차역. 일찍 서둘러 예약을 끝내고 국립간디 박물관(National Gandhi Museum)으로 갔더니 월요일은 폐관이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챤들리 촉, 도깨비시장으로 갔는데 아직 시장이 서지 않아서 어제처럼 붐비지는 않았다. Red Fort 가는 도중 길 모퉁이에 있다는 Diganber jain mandir는 사람들이 붐비는 사원일 뿐 다친 새들이 찾아와 스스로 치료하고 간다는 안내 책자의 소개와는 달리 어떤 특이한 징후도 찾을 수 없었다.



Red Fort를 구경하려고 입구까지 갔는데 역시 폐관이다. 델리에서는 모든 관광지가 월요일엔 열지 않나보다. 아그라에서 타즈마할은 금요일에 폐관이었다. 다시 챤드리촉으로 와서 노란색 선글라스 3개를 샀다. 10루피 씩이었다. 티셔츠는 140루피, 4000원정도인데 디자인도 색상도 괜찮은데 사지는 않았다. 손수건 하나를 10루피에 사고 델리 대학을 구경하려고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고 갔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말았다.

2005.2.1

5시 30분쯤 잠이 깨어 준비하고 나갔더니 6시 30분이다. 내일도 6시 30분쯤 캘커타로 출발하면 될것이다. 그래도 조금 서둘러 6시에 출발하기로 하자. 나는 다시 라즈가트(마하트마 간디 기념공원)로 가서 참배하고 네루수상, 인디라간디, 산자이 간디, 라지브 간디 화장터를 다시 한번 둘러보며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해서 참배하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간디의 화장된 곳의 제단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밤새도록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아니라 밤이면 껐다가 새벽에 다시 붙이는 것 같았다.

다른 묘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새벽에도 경찰들은 여전히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을 몇 명 보았다. 개인적으로가 아니라 공원 관리소에서 모이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같다.



나는 다시 라즈가트로 가서 간디의 기념 제단에 참배하고 나오는데 신발 벗는 곳 옆에 있던 젊은이가 나보고 돈을 달라고 한다. 신발을 지켜줬으니 돈을 달라는 것이다. No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OK라며 그냥 간다. 그 이른 아침 조깅하는 사람, 빠르게 걷는 사람 으하하하하고 크게 몇 번 웃고는 맨손체조를 하는 사람 등 추모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침운동을 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라즈가트를 둘러보고는 National Gandhi Memorial(Gandhi Memorial Museum)으로 갔더니 9시 30분에 개관한단다. 인근에가서 간단하게 짜이와 토우스트와 fried egg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데 학생들이 열심히 수화를 하며 등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근처에 농아학교가 있는 것 같았다. 식사 끝나고 길을 따라 올라갔더니 학교가 있고 조금 더 갔더니 허물어진 성이 나온다. 이 성이 old Fort인것 같았다.



Old fort 옆 한 중학교가 있어서 들어가 보니 빨간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와서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난리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나와서 다시 길을 내려와 School for the Deaf (농아학교)로 갔더니 서양인 한 분이 현관에 있었다. 선생님이냐고 물으니 교장이라고 말한다. 젊은 서양인이었다. 백인 서양인 같긴 한데 백인인지 인도인인지 얼른 구별을 못하겠다.



델리에만 4개의 청각장애인 학교가 있다고 한다. 인도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학교가 몇 개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장 선생님 사진을 찍고 교장과 나란히 사진 한 컷 찍으려는데 또 배터리가 다 됐지 않는가.

거기서 나와 국립 간디 박물관으로 갔다. 감동적이었다. 사진이 많이 보관되어있었다. 간디가 맞은 총탄 중의 하나가 보관되어 있는가 하면 암살당했을 때 입었던 피묻은 옷도, 평소에 입었던 옷도 보관되어 있었다. 장례식 장면을 찍은 사진 몇 장을 카메라에 다시 담았다. 박물관 밖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조용하고 깨끗하게 조경이 되어 있었다. 건물 앞에는 대형 조각작품이 제작 중이었다.



박물관을 나와 싸이클릭샤를 타고 찬드리촉까지 30루피에 갔다. 찬드리촉 안쪽길로 가는데 은제품이 번쩍이는 가게가 즐비하다. 물컵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값을 물으니 1그램에 10루피란다. 컵의 값은 1200루피 아쉬웠지만 그냥 나왔다. 찬드리촉에서 Duracell 건전지를 하나 더 사고 Red Fort로 바로갔다, Red Fort 저쪽에 Yamuna 강이 흐르겠지 하고 갔는데 없다. 경찰에게 물으니 1.5km 밖에 강이 있다고 한다. 이 성도 무굴제국 시대 때 이슬람 정권이 세운 것이다.



Red Fort 성안에 조성된 전쟁 박물관, 독립기념관, 무굴 제국의 유물전시관 등을 둘러보며 인도 역사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었다. 레드포트를 나와 곧바로 여관으로 돌아왔다. 공항에 Reform(예약확인)을 해야 하는데 연결이 안된다. 여관 종업원도 몇 번 해보다가 안 된다며 난처해 한다. 저녁을 먹고 인터넷 카페에 들렀는데 한글 지원이 안된다고 한다. 내가 묵고있는 지역이 빠하르 간즈라는 거린데 한국인 관광객이 하나도 안 보인다. 아마 역 근처에 머물고 있나보다. 나는 역에서 상당히 떨어진 여관에 묵고 있었다. 자, 이제 저녁 식사를 해결하자.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여관을 나와 캘커타행 기차에 오르자.

2005.2.2

지금 새벽 3시 30분이다. 어제 저녁 8시 조금 지나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영 잠이 오지 않다가 조금 눈을 붙이는가 싶었는데 또 잠이 깼다. 새벽 1시 30분이다. 또 잠을 청해보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3시 30분에 불을 켜고 여행 안내서를 펴놓고 캘커타에 도착하여 공항까지 어떻게 갈 것인지를 계획해보았다. 인도에 처음 도착해서는 샤더 거리까지 450루피나 주는 바가지를 썼지 않는가. 이번에는 덤덤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거기서 버스로 가자. 10루피면 될 것이다. 지금 내 수중에는 950루피 정도 남아 있다. 2일과 3일 이틀동안의 숙박비를 제외해도 650루피면 남은 일정 비용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캘커타의 Himalaya 대리점에 가서 물건살 때는 2000루피정도 카드로 하던지 현금을 인출하던지 하자

결국 잠 한 숨 붙이지 못하고 새벽 5시쯤 여관을 나와 버스로 Old Dehli역에 오니 5시 30분, 기차 출발시간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인천 집으로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주인이 영어를 모르는 상태, 포기하고 대합실과 인근 거리를 걷다가 기차에 올랐다. 1시간 전에 이미 기차가 대기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임박해서 타느라고 허둥대기도 했다.



앗 ! 이런 실수! 델리에서 캘커타까지 12시간 걸리는 것으로 메모를 해놓았는데 이럴 수가! 델리에서 캘커타까지는 기차로 23시간 걸린다는 사실을 앞좌석에 앉았던 무슬림에게 들었으니! 꼼짝없이 하루 밤을 더 기차에서 보낼 생각을 하니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잘 맞지 않는 창틈으로 사방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기차는 얼마나 춥던가. 담요 한 장 준비하지 않고 기차에 탔으니. 참고 가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2005년 2.3 목

하우라역에 내려 다시 샤더 거리로 왔다. 여행자거리라 불리는 곳으로 여관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International Guest House에 숙소를 정했다. 180루피. 배낭을 두고 밖으로 나와 뉴마켓 인근에 가서 향수 네 병, 히밀라야 대리점에 가서 갱년기에 좋다는 제품, 샴푸, 등등 1800루피 어치를 귀국선물로 샀다. 4만 8천원 어치다. 그래 이번 여행 총경비는 비행기표와 보험, 공항세 해서 99만원 하고 40만원 환전한 것, 그리고 선물산 것, 이출한 것 합해 15만원 해서 154만원에 한달 여행을 했으니 매우 값싼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20만원 정도는 절약할 수도 있었다. 쓸데 없이 선물 안 사고 택시 바가지 안 쓰고 공항 라운지에 묵을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특히 향수가 좋을 것 같아 여러병을 샀는데 향이 너무 짙고 강해서 하나도 못 쓰고 지금도 그냥 장식장에 장식품으로만 있으니 경비만 낭비한 것이다. 깔리사원에서 헌금한 것도 쓸데 없는 짓이었다. 디카 배터리 때문에도 많은 돈을 썼는데 충전해서 썼다면 그 경비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저녁 무렵 집으로 전화했다. 아내가 반가워 한다. 시간 맞춰 공항으로 나오겠다고 한다.

오늘 밤 잠을 잘 자고 내일 낮 차분하게 준비하고 쉬었다가 저녁에 공항으로 가자. 걸어서 파크 스트리트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고 덤덤역까지 간 다음 거기서 버스로 공항까지 가면 10루피면 될 것이다. 혹 돈이 남으면 가난한 사람에게 주고가자. 지금 남은 돈은 160.5루피, 어쩌면 한 푼 안 남을지도 모르겟다.



2005.2.4 금 맑음

어제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6시에 잠이 깼다. 이틀동안 한잠도 못자서 그런지 곤하게 잠을 잤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자리에 누웠는데 또 잠이 들어 8시쯤 일어났다. 밖에는 아침 태양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캘커타에 서서히 봄이 오고 있는 것 같다. 처음 도착했을 때보다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델리에서 기차를 타고 오면서 창밖으로 모내기 하는 모습이 많이 띄었었다. 오늘은 홀가분하게 거리 구경을 하다가 시간 맞춰 공항으로 가자. 오후 나는 지하철로 덤덤역까지 와서 이발을 하고 다시 버스로 공항까지 와서 기다렸다가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최일화 시인/2011.8 인천남동고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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