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폭의 그림 같은 '정원의 도시' 뉴질랜드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

2007.01.27 08:58:00


[뉴질랜드 및 호주 기행 2] 적도를 넘어 남태평양으로~




* 1월 14일(일)

어느 나라보다도 꼼꼼하고 까다로운 입국 수속


뉴질랜드의 입국 수속은 정말 까다로웠다. 꼼짝없이 1시간을 입국 절차를 밟는데 할애해 했다. 요즈음 ‘조류독감이다, 광우병이다, 구제역이다’ 하여 많은 나라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뉴질랜드에 올 때는 특별히 더 신경을 써서 입국가드 및 물품신고카드를 바르고 성실하게 작성해야 한다. 만약 불성실하게 작성했을 경우, 불법체류 가능자로 오해받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단다.

반입 금지 또는 신고 품목이 있을 경우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신고에 누락된 반입 금지, 제한 품목이 적발되는 경우, 즉석 벌과금에서 징역형까지 부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반입금지 품목이나 유해물품을 가지고 온 경우, 뉴질랜드 공항 내 보세 구역에 마련된 폐기함에 버리거나 본인 비용 부담으로 반송해야 한다. 반입 신고 품목이 있는 경우에는 검사가 용이하도록 가방의 맨 위에 넣어두면 되고, 신발, 골프용품, 낚시용품, 자전거 등은 흙이나 먼지가 없도록 깨끗하게 씻어 준비해야 한다.

* 주요 반입 금지 품목 : 흙, 생야채 및 생과일, 육류 및 육류제품(날 것, 말린 것), 어패류, 녹용, 웅담, 파충류, 약재로 사용하는 건조된 동물 부위, 꿀, 꽃가루, 벌집, 꿀제품, 우유 · 치즈 등 유제품, 계란제품, 살아있는 동물, 식물, 화초, 씨앗 등

* 주요 반입 제한 품목(신고하여야 하며 입국 시 검사 후 반입 가능 여부가 결정됨) : 된장, 고추장, 멸치, 김, 김치, 상업적으로 포장된 씨앗 제품, 마른 과일이나 나물 · 털 · 가죽 · 뼈 · 나무로 만든 제품, 호두 · 콩 · 밤 등 견과류

고추장, 된장, 김 등이 예전에는 반입 금지 품목이었으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많이 들고 오다보니 지금은 튜브형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포장된 김은 입국이 허용하고 있었다.(결국은 포장 여부가 중요한 듯했다. 즉 농산물이라도 공산품처럼 상품화 된 것은 신고만 하면 입국 가능한 셈이다.)

이토록 뉴질랜드가 입국검사를 철두철미하게 하는 것은 이 나라가 바로 낙농국가이기 때문이란다. 혹시라도 관광객이 가지고 온 동식물을 통해 목축과 농산물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이란다.

듣자니, 이곳 공항관계자들이 때때로 우리나라 신혼부부 여행객으로 인해 홍역을 치른단다. 폐백 시 어르신들이 아들딸 많이 낳고 다복하게 살라는 의미에서 던져 준 대추와 밤을 자기도 모르게 가져왔다가 미처 신고를 하지 않아 한바탕 소동이 일곤 한단다.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있다 보니 이곳 관계자들도 ‘대추, 밤’이라는 말을 할 줄 안단다.

일행 중에 대구에서 온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이들도 입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머지 일행이 공항에서 이 부부를 한참동안이나 기다려야 했다. 이 부부도 밤, 대추 때문에 그런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신혼부부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친지들에게 선물하려고 이것저것을 산 모양인데, 검사원들이 그 선물꾸러미를 보고는 혹시 불법체류 가능성이 있나 싶어 보류했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입국 수속을 끝내고 나오니, 2~30여명 정도의 뉴질랜드사람들이 붉은 색의 유니폼에, 손에는 풍선을 들고 밝은 표정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향하여 환호하고 있었다. 전에 태국 돈무항 공항에 내렸을 때, 여행객에게 일일이 꽃목걸이를 걸어주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 혹시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행사인가 싶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환영 인파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신문과 방송기자들까지 나와서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저 사람이 뉴질랜드에서 굉장히 유명한 연예인이거나 스포츠 관계자인가 싶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퍼시픽 블루’ 항공사 사주(영국인)가족이 뉴질랜드 방문한 것을 환영하는 행사란다.




우리 일행은 현지 길잡이(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로 이동했다. 각자의 짐을 가지고 버스로 가려는데, 약한 소나기가 우리를 맞이하였다. 여행 오기 전에 그토록 날씨를 위해 기도했는데, ‘오자마자 소나기라니!’ 솔직히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 조금 가다보니, 비는 어느새 그쳐 있었다.

우리의 현지 길잡이 강동원 님은 이곳 크라이스트처치에 13년째 거주하는 교민으로,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교육 관련 일 때문에 뉴질랜드에 오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또한 운전기사는 세리(56세)라는 이름의 여자 분으로 뉴질랜드사람이었는데, 이분 덕분에 우리의 뉴질랜드 남섬 여행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그림 같은 정원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 크라이스트처치(인구 35만 명)는 ‘정원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도시라는데도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는 보이지 않고, 온통 붉은 색깔의 단층지붕과 푸른 나무와 숲,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서 빠끔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예쁜 꽃들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 풍경이 마치 숲속에 동화 같은 집들을 한 채씩 지어놓은 것 같았다.

구석구석이 깔끔하게 정리 정돈되어 있는 이 아름다운 크라이스트처치는 3헥타르 당 1헥타르가 공원이나 보호구역, 혹은 레크리에이션 구역이란다. 도시 곳곳에서 포근한 느낌을 주는 영국산 나무들을 만날 수 있고, 또한 우아하고 고풍스런 영국식 · 고딕식 · 식민지식 의 각기 다른 다양한 건물양식을 접할 수 있었다.



정말 사방 어느 곳으로 눈길을 주어도, 드넓게 펼쳐진 우아하고 푸르른 공원들과 이런 저런 단아한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룬 풍경이 마치 중세시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고전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라 여겨졌다. 어느 곳을 향하여 사진을 찍어도 그림엽서 같이 훌륭한 사진이 나온다더니,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뉴질랜드는 청정한 물과 공기와 자연의 나라답게, 맨발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며, 심지어 아기들 이유식까지 수돗물에 그냥 타서 먹인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은 비가 올 때도 우산을 쓰지 않고 그냥 맞으며 다닌단다. 빗물이 전혀 더럽지 않기 때문이란다.

비가 쏟아져도 빨래를 걷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빗물을 받아 식수로 이용하기도 한단다. 따라서 여행 중에 비를 만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말란다. 식수로 쓸 수 있을 만큼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비가 내리므로 맞아도 상관없고 또 바로 그치기 때문이란다.

세상에, 아직도 이렇게 깨끗하고 청정한 나라가 남아 있다니, 그저 놀랍고 또 놀라울 뿐이었다. 문득 우리나라가 떠올랐다. 천혜의 금수강산으로 이름난 우리의 경우도, 조선시대, 아니 몇 십 년 전만 해도 이와 같은 일들이 가능하지 않았던가?

전국 방방곡곡 어느 시냇물을 먹어도 괜찮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를 받아먹어도 되었던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수질오염이 심각해져 식수까지 사먹는 나라가 되었단 말인가? 새삼 자연 환경의 중요성이 파도처럼 다가왔다.


광대한 녹음을 자랑하는 해글리 공원과 아름다운 보타닉 가든

버스에서 내려 해글리 공원을 산책하였는데, 그 크기에 일단 기가 눌렸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시내에서부터 쭉 뻗어있는 해글리 공원은 광대한 부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 공원은 시내와 서쪽의 주택가 리카튼, 펜달튼, 아이람까지 뻗어있는 아주 광대한 녹지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큰 공원이란다.



공원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정원이자, 시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로, 뉴질랜드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특이하고 아름다운 식물들로 채워져 있단다. 이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정말로 거대한 아름드리나무들이 방문객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광릉수목원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4~5백년 수령의 거목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아름드리나무들의 수령이 겨우 100년에서 150년 밖에 안 되었다는 현지 길잡이의 설명에 우리 일행은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겨울에도 잔디가 푸를 정도로 춥지 않고, 또한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나무들이 빨리 자란다는 것이다.





일 년 내내 갖가지 꽃들이 피어난다는 아름다운 정원을 빙 둘러보았다. 푸른 잔디와 나무들이 두 눈과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 주었다. 또한 나무 주변에 꾸며 놓은 큰 돌이나, 분수대, 허브 정원 등이 공원의 다채로움을 한껏 더하고 있었고, 수영장, 놀이터, 레스토랑 등의 편의시설도 공원과 어울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모나베일을 관통하여 내려오는 에이번 강(Avon River)이 해글리 공원을 가로질러 시내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스듬하게 흐르고 있단다. 이곳 사람들은 분명 ‘강’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시내’ 또는 ‘개천’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우리나라 서울의 청계천을 연상하면 좋을 듯하다.

에이번 강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임에도 불구하고 그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바닥이 다 보일 뿐만 아니라, 야생의 청둥오리들이 내려와 한가롭게 노닐기도 하고, 자맥질을 하며 물고기를 잡는 풍경이 참으로 보기에 좋았다. 잠깐 동안 내가 도심이 아니라 어느 한적한 산속 개울가를 거닐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호젓한 풍경이었다.







                                                영찬이의 일기 1



* 제 3회에서 계속됩니다.


오마이뉴스와 서울방송(SBS) 등의 매체에도 송고합니다. 또한 이 여행기사를 작성함에 있어 현지 길잡이의 친절한 설명과 안내 책자를 참고하였습니다.
김형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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