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싸늘합니다. 막바지 꽃샘추위가 아쉬운 듯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어색한 만남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길가에 핀 벚꽃과 맞은편에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인부들의 모닥불이었습니다. 화사하게 핀 벚꽃이 의아해할 정도입니다. 눈길이 벚꽃으로 가지 않고 모닥불로 갑니다. 봄에서 겨울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조용한 변화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가로수에 핀 하얀 벚꽃은 녹색을 머금기 시작했습니다. 개나리꽃도 마찬가지입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도 잔잔한 아기 잎들로 녹색천국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막판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쁘게 고개를 내미는 것이 마치 세상을 처음 만나는 어린아이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매사에 막판 꽃샘추위처럼 방해를 놓는 것이 꼭 있습니다. 4월을 방해하는 황사가 있었습니다. 4월을 방해하는 쌀랑한 추위가 있었습니다. 4월을 방해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4월의 봄은 아무도 못 말립니다. 방해를 방해로 여기지 않습니다. 4월의 봄의 대세 앞에 몸부림으로만 여깁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만 여깁니다. 그러니 잘 견뎌내고 잘 이겨내며 4월을 제 자리에 제 모습으로 갖다 놓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오늘 아침에 7시 30분 조금 지나 학교에 들어오니 길가에는 네 명의 할머니께서 학생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데도 교통지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교문에는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교문지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손이 차가울 정도로 차가운 날씨인데 그들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저를 새롭게 만듭니다. 기쁨과 만족과 웃음을 머금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행동이 달라집니다. 생각이 달라집니다. 말이 달라집니다. 조용한 변화가 보입니다.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이러한 변화는 교육을 통해서만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기뻐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학교에서만이 기대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오늘 아침에는 아름다운 동행교육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의 네 할머니와 학생부장 선생님의 동행교육이 돋는 햇볕처럼 빛나보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청소시간에서도 아름다운 동행교육의 현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청소시간 보통 때는 교실을 잘 둘러보지 않고 운동장과 구석진 곳에 많이 둘러봅니다만 어제는 교실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놀랬습니다. 전 담임선생님께서 교실에서 동행교육을 하고 계셨습니다. 환경미화 최종 마무리를 위해 교실을 꾸미기도 하고 유리창의 묵은 때를 닦기도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직접 나섰습니다. 윗도리를 벗어놓고 하기도 하셨습니다. 중학생 코흘리개들의 하는 모습들이 너무 어설프니 직접 나서는 것입니다. 선생님들께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가 힘든 일입니다. 저가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이렇게 선생님들이 열심히 하시니 학생들도 함께 힘을 합칩니다. 제법 어른스런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청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유리창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주의를 하라고 타이르는 게 일입니다. 위험한 곳에서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정도로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선생님들께서 아름다운 동행을 하니 학생들은 조용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오늘 아침에 보는 모습과 어제 오후에 보는 모습에서 선생님들은 긍정과 감동의 언어로 변화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은 긍정과 감동의 행동으로 변화를 시키는 것을 보면서 ‘교육은 행동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들께서 평소에도 얼마나 학생들에게 청소하라, 유리창 닦아라, 교실 정리하라 하면서 교육을 시켜왔습니까? 그렇지만 어제처럼 직접 청소하고 유리창 닦고 교실 정리하니 학생들에게 산교육이 된 것입니다. 그것이 학생들에게 잔잔한 물결을 일게 한 것입니다. 그것이 조용한 변화를 가져오게 한 것입니다. 그것이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한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동행교육으로 말미암아 학생들은 매일 매일 한 순간 순간마다 학교를 위해, 교실을 위해, 울산을 위해,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해봐야겠다는 느낌과 생각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동행교육으로 말미암아 학교가 건강하게 윤택하게 되니 이것이 울림이 되어 가정도 건강하고 윤택하게 되며, 사회, 국가도 건강하고 윤택하게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동행교육으로 말미암아 이제 지금까지 학생들의 단조로운 학교생활에서 풍요로운 학교생활로 바꾸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곳이 보이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내 손이 가야 할 곳이 보이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더러운 곳을 보는 눈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가보지 못했던 더러운 곳도 가보는 발도 가지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움직이지 아니하는 게으른 손이 움직이는 부지런한 손으로 바뀌기 시작했을 것이고 가보지 않은 더러운 곳에도 가서 청소하는 아름다운 발이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닫힌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동행교육이 학생들에게 엄청난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늘 학생과 함께 하는 동행교육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백 마디 말보다 작은 하나의 실천이 더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선생님의 작은 행동이 수많은 학생들을 움직이게 하고 변화하게 만듭니다.
교육은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