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말 한 마디! 그것은 금입니다.

2007.04.14 09:54:00

오늘은 아름다운 놀토입니다. 푸른 봄 하늘의 아름다움 같습니다. 아침 일찍 밖을 나가보니 너무 깨끗하고 좋습니다. 산은 온통 웃음꽃을 피웁니다. 그것도 푸른 웃음입니다. 나무마다 푸른 웃음꽃을 피웁니다. 멀리 있는 산은 멀리 있는 산대로 푸른 감동을 자아냅니다. 마음 속에 품은 아름다운 생각들을 부드럽게 나타냅니다. 먼 산과 짝하고 있는 푸른 하늘도 친한 친구처럼 함께 부드러운 살결로 감싸줍니다.

그것을 쳐다보는 저도 푸른 감동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푸른 감동에 빠진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감탄을 연발하였습니다. 아 좋다! 정말 좋다! 정말 맑고 깨끗하다! 내 마음도 당신 마음도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어제 우리학교에서 세 가지의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중앙현관 오른편에는 겨울을 잘 이겨낸 동백꽃이 붉게 선을 보입니다. 중앙현관 왼편에는 동백꽃과 짝을 이루며 애기능금나무가 하얀 바탕에 분홍색이 수를 놓은 듯이 예쁘게 핀 꽃들이 우리 학생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이들의 예쁜 모습이 바로 우리 학생들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동백꽃은 겨울을 잘 참고 이겨낸 학생들의 인내심을 보는 듯했습니다. 애기능금나무꽃은 우리 학생들의 착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는 듯했습니다.

또 하나는 교실 끝편에 보랏빛 목련꽃이 활짝 피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구석진 자리라 잘 보이지 않습니다. 관심이 없으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 목련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습니다. 보고 또 봐도 빠져들게 됩니다.

저는 어제 보랏빛 목련꽃과 같이 아름다운 한 선생님과 한 학부형님을 만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어제 오전 11시쯤 한 어머님께서 교장실에 찾아왔습니다. 차를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보통 학부모님께서 학교에 찾아오시면 긴장하게 됩니다. 혹시나 우리 학생들이 무엇을 잘못하지 않았나? 혹시나 우리 선생님들이 잘못하지는 않았나? 혹시 학교에 대한 불만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무슨 말씀을 하실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이었습니다. 웃으시면서 교장선생님께 고맙다고 인사드리러 왔다고 하더군요. 저는 놀랐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들어보았습니다. 자기는 4년 전부터 치매로 앓고 계시는 칠순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시어머님의 상태가 너무 심해 어떤 때는 물건을 던지기고 하고 어떤 대는 때리기도 한답니다. 그러면 옆에서 잡기도 하고 말리기도 한답니다.

지금은 중환자실에 있는데 시어머님께 잘 섬기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돌아가시고 나서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최선을 다해 섬기는 것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 하는 생각에 힘을 다해 간호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자식들이 본받을 것 같고 해서 열심히 시어머니를 섬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너무 힘들고 하니 애들이 학교에 간 후 아침에 잠시 눈을 붙이는데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했습니다. 잠결에 전화를 받았는데 월요일부터 수련회를 가는데 자기애가 수련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전화였다고 합니다. 요즘 너무 바빠 통장정리를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애들에게 소홀히 했었는데 애한테 말을 했더라면 내었을 텐데 하니 담임선생님께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애한테 말을 하면 상처 받을까봐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리는 것입니다.’라는 말에 어머니께서 감동을 받았던 것입니다.

순간에 정신이 바짝 들었고 ‘상처 받을까봐’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더라는 것입니다. 자기도 생각 못한 것을 선생님은 생각하고 있구나. 선생님께서 사소한데까지 신경을 쓰고 있구나. 우리 애에 대해 배려를 했다는데 대해 감격을 하고서는 처음에는 계좌번호를 수련비를 보내겠다고 해놓고는 이러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학교에 가서 수련비를 내고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오겠다고 하고서 직접 수련비를 내고 교장실에 온 것입니다.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너무 아름답고 고맙더라. 진짜 고맙다고 하시면서 계속해서 감탄해 하시고 감격해 하셨습니다.

저는 화답했습니다. ‘어머니와 같은 학부모님을 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시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성만 해도 감동이 되었는데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감동을 받고 감격을 받아 교장실에까지 찾아와서 고맙다는 인사말씀을 하시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어머님 같은 분 때문에 학교생활에 행복을 느낍니다. 보람을 느낍니다. 시간 나는 대로 학교에 오셔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 주시고 차도 한 잔 나눴으면 합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현관까지 나가서 정중히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 후 그 선생님과 차 한 잔을 하면서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습니다. 우리학교에 온 뒤 처음입니다. 그 동안 지켜보니 20대 젊은 처녀선생님이신데도 생각이 아주 앞서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물도 예쁩니다. 마음씨도 곱습니다.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하는 모습도 찬란한 아침 태양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 메아리학교 자원봉사반 학생 46명을 데리고 청소를 하도록 지도하신 선생님이 바로 이 선생님이셨습니다. 학생들 지도도 당차게 잘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며 배려하는 선생님이시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더 큰 꿈과 비전을 갖도록 격려했습니다. 이렇게 진한 감동을 주신 어머님과 선생님이 계시기에 저는 더욱 기쁩니다. 더욱 행복합니다. 더욱 힘을 얻습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이렇게 학부형을 감동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하루였습니다. 선생님의 배려하는 말 한 마디가 학부형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선생님의 사소한 데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 학부형의 감격하게 만든 것입니다.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학부형의 선생님에 대한 나쁜 생각을 지우게 만듭니다.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학부형의 선생님에 대한 좋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선생님의 말 한 마디! 그것은 금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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