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에 길가에서 환하게 맞아주던 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서운했습니다. 날씨도 흐린데 꽃마저 없으니 더욱 그러합니다. 꽃이 있을 때가 좋았습니다. 형형색색 아름다움도 가져다 주었습니다. 화려함도 선보여 주었습니다. 아름다운 향기도 선물하였습니다. 그들의 재롱잔치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화합된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협력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어울림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꽃들이 흔적조차 없습니다. 꽃이 떨어질 때 그들이 흘리는 눈물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꽃이 떨어질 때 그들의 추함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그들의 향기가 사라질 때 서러워하는 것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어느 시인은 ‘꽃도 서럽구나’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꽃도 그늘이 있고 상처가 있구나/ 꽃도 눈물이 있고 해야 할 말이 있구나/ 꽃도 시들면 떨어지는구나/꽃도 날마다 더 서러워지는구나// 꽃은 아름다움만 뽐내는 줄 알았는데/ 꽃은 즐겁게 흔들리며 향기만 내는 줄 알았는데/꽃은 나비랑 벌이랑 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꽃은 해만 바라보아 그늘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렇습니다. 꽃은 정말 서럽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향기 나고 친구 되어 놀아주고 해도 상처가 있습니다. 그늘이 있습니다. 서럽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뒤끝에는 분명 더욱 아름다움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싱싱한 잎들이 자리를 합니다. 머지않아 그 자리에는 열매가 자리를 하게 됩니다. 열매 속의 씨가 생명을 이어갑니다. 나무를 이룹니다. 숲을 이룹니다. 보금자리를 이룹니다. 기쁨을 줍니다. 즐거움을 줍니다. 행복을 줍니다. 이 모든 것이 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젊은 선생님만 꽃이 아닙니다. 젊은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고 연세 많으신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바라볼 때 아름다운 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아름다움을 학생들에게 나타냅니다. 꽃과 같은 향기를 학생들에게 풍깁니다. 꽃과 같이 학생들의 친구가 되어 줍니다. 꽃과 같이 학생들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꽃과 같이 학생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선생님들의 모습이 꽃과 같이 화려합니다. 화사합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바라보면서 행복해합니다. 선생님들을 우러러 봅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봅니다. 선생님의 곁으로 모입니다. 선생님의 모습을 닮아갑니다. 고민거리가 있는 학생도 옵니다.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도 옵니다. 학생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학생도 옵니다. 학생들에게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도 옵니다. 학생들에게 본이 되는 학생도 옵니다. 착한 학생도 옵니다. 얌전한 학생도 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옵니다. 운동을 잘하는 학생도 옵니다. 이 모든 학생들이 꽃과 같은 선생님에게 다가와 향기를 맡습니다. 아름다움을 구경합니다. 화사한 모습을 마음에 담습니다.
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향기를 주고 아름다움을 주고 용기를 주고 친구가 되어주면 학생들은 서서히 자라기 시작합니다. 선생님들은 때가 되면 학생들 곁에 떠납니다. 말없이 떠납니다. 아무런 빛도 없이 떠납니다. 초라하게 떠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아무도 따라주지 않습니다. 모이던 학생들도 흩어집니다. 한때의 아름다움도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남긴 그 자리에서 학생들이 쑥쑥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선생님이 남긴 그 자리에서 학생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이 남긴 그 자리에서 학생들은 생명을 낳습니다. 선생님이 남긴 그 자리에서 호계를 향해, 울산을 향해, 한국을 향해, 세계를 향해 나아갑니다. 거기에서 나무가 됩니다. 숲이 됩니다. 풍성한 삶을 제공합니다. 보금자리를 만들어줍니다.
그러니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함께 있는 동안 언제나 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을 기쁘게 하는 꽃입니다. 학생들을 아름답게 하는 꽃입니다. 학생들을 밝게 하는 꽃입니다. 학생들을 즐겁게 하는 향기입니다. 학생들을 만족케 하는 향기입니다. 학생들을 성장하게 하는 꽃입니다. 학생들을 열매되게 하는 꽃입니다. 학생들을 나무되게 하는 꽃입니다. 학생들을 숲이 되게 하는 꽃입니다.
그러니 얼마가지 않아 꽃이 떨어질 것을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꽃이 시들어짐을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추한 모습을 보일까봐 염려할 필요도 없습니다. 얼마가지 어둠이 찾아온다고 서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떨어져 존재가 사라진다고 가슴 아파할 필요도 없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상처 받을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 자신이 학생들의 꽃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나 자신이 학생들의 향기라는 긍지를 가져야 합니다. 나 자신이 학생들의 얼굴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짧은 우리의 교직생활에서도 보람을 느끼며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