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모든 학교가 학생들의 성적향상에만 매달려야 할 것 같다. 학교 정보공시제 시행에 따라 교육과학기술(교과부)부가 단위학교 또는 지역(시도)교육청별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기로 해 학교 서열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으로는 단위학교별로 3개 등급의 성적(보통이상 50%, 기초 40%, 기초미달 10%)을 공개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생 개인의 점수가 공개되지 않고 우수등급의 비율이 공개되지 않아서 학교서열화 논란이 비교적 적다고는 하지만, 비교적 자세한 자료가 공개되는 것으로 학교 서열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학업성취도결과가 공개되고 그 결과만으로 학교교육을 평가한다면 일선학교에서는 어쩔수 없이 학생들의 성적향상에만 올인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인성교육이나 생활지도는 자칫하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된 공정택교육감이 학교선택제를 통해 선택받지 못한 학교는 과감히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어 학업성취도평가와 학교선택제가 맞물리면 학교 서열화는 더욱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쩔수 없이 학교는 학생들의 성적향상에 매달리게 되고 결국 공교육정상화=성적향상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될 것이다.
당장에 정보공시제가 시행되면 일선학교는 여건조성등의 이야기를 할 틈도 없어 어느새 학교서열화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본다. 모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고 지역과 학교간 편차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무조건 학업성취도결과만을 공개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지도해도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가 나타날 것이다. 이후로는 해당학교의 잘못을 물을 것이고 학부모가 기피하는 학교가 될 것이다. 교사들의 교육의지가 꺾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해당학교는 더욱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어떤 조직이나 경쟁은 필요하다. 경쟁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건이 다르고 지역이 다르며 같은 지역이라도 여건차이가 큰 현실에서 단 한가지 학업성취도결과만을 놓고 학교의 서열화를 가속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여건을 비슷하게 맞추어 준다음에 공개를 한다면 어느정도 잘잘못이 가려지고 서열화에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는 절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학교정보공시제가 기본적으로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학교교육정상화가 어렵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는 무조건 학생들에게 시험공부를 시키고 복습을 시켜야 한다. 학교는 물론 학생들도 어렵고 힘들 것이다. 경쟁을 하더라도 특별히 어렵거나 힘들면 안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경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쟁이 크게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자연적인 경쟁이 인위적인 경쟁보다 긍정적인 경쟁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보공시제가 시행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어떤 부분이 미흡하고 어떤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분석작업이 필요하다. 그 분석을 통해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학교서열화를 가져오지 않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개의 목적이 학생들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학업성취도를 알아봄으로써 교육정상화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이런것들을 충분히 감안하여 시행이 되어야 한다. 만일 여기에 불손한 의도가 깔려있다면 속히 시행을 철회해야 한다. 원래의 목적에 맞는 공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