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서울시내 국제중학교 설립이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재선직후 국제중학교 설립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추진했으나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반대여론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교조에서 교육과학기술부에 국제중설립인가를 하지 않도록 요구함으로써 교육과학기술부역시 입장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제중 설립움직임과 관련하여 사교육기관의 발빠른 행보,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발빠른 움직임등이 사교육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에서는 여러가지 설립불가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 그 중에서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76조에 따라 교과부장관에게 부여돼 있는 '사전협의' 권한을 근거로 '교과부장관이 직접 나서 국제중 설립에 관한 협의를 거부하고 '승인 불가'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인 근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표면적으로 볼때는 전교조의 주장에 근거가 있다는 생각이다. 과연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제중학교 설립이 교과부장관과 사전 협의 되었는가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중 설립은 국제화시대에 인재육성을 위한 것이 설립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국제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초등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현재의 특목고 진학을 위해서 엄청난 준비와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일선학교에서 특목고 진학반을 따로 두고 준비를 시키는 것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특목고를 늘리고 국제중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은 사교육을 잡겠다는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벌써부터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한 국제중학교 설립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정택교육감이 재선되었기에 추진이 가능했을 것이다. 만일 주경복후보가 당선되었다면 국제중학교 설립은 이야기도 꺼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택 교육감의 재선을 낙관하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의 교육감선거가 박빙의 구도로 갈 것이라는 예측을 많은 사람들이 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감에 당선된 직후에 준비작업을 본격적으로 했다고 본다면 충분한 준비는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말로는 사교육을 잡겠다고 하면서 국제중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사교육을 부추기면 부추겼지 줄일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추진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끼리의 정당한 경쟁이 되어야 함에도 사교육에 의존한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제중 입학전형은 분명히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인재를 육성하기보다 사교육에 의존한 학생들을 뽑아서 교육하는 꼴이 될 것이다.
국제중학교 설립이전에 사교육을 어떻게 잠재울 것이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시방안이 어떤 것인지 먼저 나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기를 좀 늦추더라도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더우기 이번의 공교육감 임기가 1년10개월 정도이기에 차기교육감에게 넘기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무조건 설립하고 보자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교육은 잘못하면 그 여파가 수십년 넘게 이어지게 된다. 부작용이 1-2년만에 끝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초빙하여 '정책연구'를 거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을 하지만 인위적인 경쟁을 유도해서는 안된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쟁이 더욱더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국제중 설립이 시급하다고 해도 좀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