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옛말이 있다. 이말은 교사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한때 유행했던 말이다. 요즈음은 과학발달과 함께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에게 물질적인 풍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학생들과 교직사회는 이러한 물질적인 풍요와는 달리 사고가 도리어 빈곤으로 치닫는 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생각이나 태도도 물질적인 풍요와 함께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도리어 빈곤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교직사회의 근무여건이나 학교여건을 부르짖은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예전의 우리 선배교사들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여건을 부르짖거나 보수가 적다는 등의 타령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자라나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후세양성에 열을 올리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던 것이 '선생 똥은 개도 안먹는다'는 말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오로지 교직사회를 질책하고 비난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최소한 교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물질적 풍요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학부모나 일반인이나 너나 할 것없이 교사들을 흠집내기에 바쁘다. 교원평가 이야기 나오면 무조건 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공무원연금 이야기 나오면 무조건 깎아야 한다고 한다. 앞 뒤 생가하지 않고 비난만 늘어 놓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교사나 공무원들의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그 잘못에 대해 교사들이나 공무원들 모두 반성하고 자성하는 분위기이다. 반성하고 자성하는 이들에게 더욱더 비난을 퍼붓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직도 일부에서는 반성과 자성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충분하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학교교육을 비난하면서 교사들을 탓하지 말고 정책당국을 질책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었으면 한다. 먼지쌓인 교실, 오물로 오염된 화장실, 쓰레기가 널려있는 교실과 복도, 먼지만 날리는 운동장, 쥐를 볼수 있는 교무실, 교사의 말 한다디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교실, 아픈목을 이끌고 하나라도 더 전달하기위해 소리치는 교사들, 소리없이 각종 질병으로 교직을 물러나거나 생을 마감하는 교사들, 모든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학교현실들, 이런 상황을 상상이나 해 보았는가. 푸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것들이 학교 현실인 것이다.
단 며칠만 학교에서 학생들과 같이 생활해 보면 모두가 혀를 내두르면서 도망칠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을 우리 교사들은 묵묵히 처리하고 해결하면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만 어렵고 교사들이 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바꿔달라는 이야기이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지혜를 발휘해야지 나보다 더 쉽고 편한것이 교직이라는 생각을 버려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있다. 이렇듯 교사와 공무원들을 탓하면서도 그들의 자녀들에게는 교사나 공무원이 되도록 권하고 있다. 내 자식이 그 자리에 갔을때 과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비난하고 탓할지 의구심이 생긴다. 그렇게 잘못되고 못된 집단이라면서 내 자녀에게 그길을 가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현상은 교직사회와 공직사회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부분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지만 위와같은 예를 흔히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할 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교사이다. 몇 년전만 해도 냉,난방이 잘 안되고 조명도 어두운 곳에서 교육을 해왔다. 여름이면 덜덜거리는 선풍기 소리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도 없었다. 비가오면 물이새는 교실도 있다. 뜨거운 바람을 맞으면서 교사들은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은 열심히 배웠다. 교사들에게 대들거나 반항하는 학생들은 단 한명도 없을 정도였다.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행동이 다른 아이들을 50명 이상씩 데리고 수업을 했다. 그래도 훌륭하게 성장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금처럼 사교육에 의존하면서 친구를 밟고 일어서야만이 내가 산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다. 부모보다 학교친구가 더 소중하다고 주장하던 아이들이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봉급 많이 올려달라', '덥고 추워서 수업못하겠다'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었다. 왜? 그래도 학생들이 잘 따라주고 사회적으로 교사들을 존경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는 어딜가도 학교교사라는 이야기를 당당히 할 수 있었다. 이런 교사들을 지금의 교직풍토로 만들어 놓은 것이 누구인가. 교사들은 절대 아니다. 정책당국이다. 그들이 조금만 더 잘했다면 지금의 교육은 이렇게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학생들을 탓하기도 하는데, 이 문제는 학생들 탓이라기 보다는 역시 정책당국과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큰 문제이다. 물론 학부모의 인식변화도 큰 역할을 하긴 했다. 그렇지만 정책당국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일관성있게 펼쳤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반항하는 풍토가 생긴것이 얼마나 되었는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최근의 일인 것이다.
물론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사들은 오늘도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한다. 열정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난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우리 교사들이 나서서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을 차례이다. 우리의 현재 위치가 열악하고 힘들다고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우리교사들이 잘못 가르쳐서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외면한다면 앞으로 더욱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 결과로 모든것을 증명해 주면 될 것이다.
끝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변해야 한다. 누구든지 내가 하는 일이 힘들고 상대가 하는일은 편하게 느낀다. 그렇다고 다른직업을 비난하고 내 직업과 비교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임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우리 교사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열심히 가르칠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쳐서 2세를 양성한다는 자부심과 그들을 잘 양성하기 위해서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교사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비록 선생 똥을 개가 안먹는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