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방학이 교사에게 돌팔매가 될 줄이야

2008.09.13 14:51:00


최근 단기방학(재량휴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단기방학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휴가의 질적 개선 방안으로 마련된 제도였다. 즉 가족활동은 물론이고 효도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족간의 유대를 증진하고, 아울러 체험적 인성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특색을 살린 다양한 지역문화 활동 체험을 통하여 공동체 의식과 인격형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지난 5월에 실시한 단기방학은 국민의 따가운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제도의 도입취지에 맞는 공감형성이 이루어지기는커녕, 학교와 교사가 국민적 공적(?)이 되어 버렸다. 이번 추석을 전후한 단기방학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를 위한 단기 방학인가’로 시작된 언론보도는 학교와 선생님을 부도덕한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 사무실로 걸려온 한 학부모의 육두문자가 섞인 전화는 교사에게 던지는 돌팔매나 다름없었다.

“교사들이 봉급은 많이 받으면서 구실을 붙여 쉬려고만 한다.”
“아이들을 미아로 만들어 놓고 자기들의 휴가를 늘리려고만 한다.”
“결식아동 등은 굶겨 놓고 별다른 대책은 없다.”
“맞벌이 부모가 직장에 나가면 아이들은 누가 보살피나?”
“이러고 앉아서 봉급 받아먹고 있는 너희들은 어떤 놈들이냐”
“아이들은 어디다 맡기고 일하러 나가야 하냐?”

이미 지난 5월에도 이런 문제점이 노출되었음에도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한 응보인 셈이다. 이런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참여정부의 관료는 이와 같은 국민과 학부모의 불만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학교장이나 선생님들은 교과부나 시·도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시행했는데도 여론의 화살은 온통 교사에게만 모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걸핏하면 여론의 도마 위에서 초라하게 난도질당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번 단기방학문제는 정책결정에 있어서 사회적 인프라나 국민적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취지나 목적이 그럴듯해도 사회적 여건이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국민과 학부모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는 단기방학이 무엇이 문제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단기방학 실시를 위한 학부모의 의견 수렴 및 사회적 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정에서는 단기방학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의 도입은 학부모에게 다중의 부담을 주고 있다. 사회구조가 법정 공휴일 외에도 몇일씩 가족활동을 위해서 더 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맞벌이 가정이나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아직도 직장인의 40%가 주5일제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영세한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가정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직도 준비할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 단기방학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층 자녀와 학부모는 소위 '황금연휴’에 해외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PC방에 가는 등의 소극적 생활을 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다수의 학생들을 소외감과 좌절감으로 위축되게 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셋째, 단기방학에는 상황과 여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에 어느 학생이 쓴 단기방학의 문제점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학생은 단기 방학에 대하여 많은 고민거리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점심, 숙제, 반찬, 먹거리, 심심함, 무료함, 재미없음, 시간낭비, 배고픔, 폐인화 등 열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학교와 지역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과부에서는 단기방학에 대하여 국민과 교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정책은 자기들이 만들고 비난은 현장의 교사가 듣게 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물론 학교나 교사에게도 다양한 운영에 대한 책임이 있을 것이다. 교사를 매도하기에 급급한 현실을 보면서 이번 추석에도 편하게 쉴 수 없는 선생님들의 상처받은 마음이 안타깝고, 또한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더욱 외로워질 아이들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 제도가 국민적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되었으면 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