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아닌 원칙이 필요하다

2008.10.26 20:13:00

2010년부터 교원평가제가 전면 도입될 전망이다. 교원평가제는 지난정부에서 추진했었지만 국회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었었다. 이제 새로운 국회가 구성됨에 따라 다시 또 입법화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교원평가제법안은 지난정부에서의 법안보다 한 층 더 강화되어 그동안 교원들이 염려했던 교원퇴출의 길까지 열어 놓고 있다. 즉 평가결과를 인사에 반영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될 경우 승진등에 반영함은 물론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교원들은 교단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교육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제일먼저 확보해 주어야 할 정부 여당에서 교원평가제라는 강력한 법안을 가지고 교육을 한 번 흔들어 보겠다는 논리가 아닌가 싶다. 공교육붕괴의 주범을 교원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가능한 생각일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교원평가라는 칼을 빼들어 변화의 중심으로 교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발상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옳고 의욕적이어도 욕심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교원평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평가가 대세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 궁색한 이유로 교원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이 매우높기 때문이다.

굳이 여건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평가의 기본적인 잣대가 명료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에까지 반영하는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무기를 들이대는 것은 아무런 힘도없는 교원들에게 무조건 항복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교를 너무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면 서운해 할 수도 있지만 어쩔수 없이 학교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이 되어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보지 않고서는 교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 교원평가제 도입을 많은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학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조직보다 복잡하고 수시로 조직의 특성이 변하는 것이 학교조직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사에 반영하면 교원들이 목을 매달듯이 학교교육을 열심히 해서 공교육이 정상화 될 것이라는 발상은 애초부터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대부분의 교원들은 인사에 관심이 없다. 승진하려고 노력하면서 목매어 있는 교원들이 대다수인것처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와 정 반대이다. 교원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객관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다. 전국학력평가에서 성적이 우수하다고 그 교원이 훌륭한 교원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듯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는 것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평가를 할려면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인사에 반영하여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보다 평가를 어떻게 객관화시킬 것인가에 더 매달려야 하는 것 아닌다. 성과급에서 1등급받은 교원이 근평에서 1등급 못받고, 교원평가에서 1등급 못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 각각의 평가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왜 그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만 하면 왜 교원평가가 당장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아주 단순한 것을 놓치고 있기 때문에 욕심을 앞세워 원칙없이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교원평가제 도입과 이를통해 인사에 반영하여 교원을 퇴출하겠다는 방침은 욕심이 앞섰기 때문에 생각해낸 것이다. 원칙을 생각하고 기준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쉽게 입법추진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교원평가제의 도입을 원한다면, 기본적인 문제부터 검토해 나가야 한다. 기본없이 욕심만을 앞세우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칙이 바로선 정책을 위해 시간을 가지고 기본부터 바로 잡고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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