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없는 원칙' 피해자는 학생

2008.11.06 08:28:00

11월5일부터 11일까지, 무엇을 하는 날인지 아시는가. 아마 무슨 생뚱맞은 이야기냐고 할 것이다. 그래도 감이 잡히는 교사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교사말고 학부모들도 짐작이 갈 것이다. 경기도소재 외국어고등학교들의 신입생모집기간이다. 정확히는 원서접수기간이다. 외국어고등학교 입시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하겠지만 일선중학교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어떻게 한명이라도 더 합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서접수 첫날이었지만 서울지역에서도 경기도의 외국어고등학교에 관심이 많다. 학사일정 운영이 경기도와 다소 상이한 점이 있기에 경기도권 외국어고등학교의 입시일정에 맞추기 위해 기말고사기간까지 조정한 학교들도 있다. 그만큼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다.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외국어고등학교는 12월 초에 전형이 시작된다. 일단 경기도권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하면 서울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도권지원자가 서울이지만 상당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같은 외국어고등학교이면서 전형방법이 학교별로 차이가 있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역으로 보면 많은 차이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전형방법이 다른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한다면 이 역시 대답하기 어렵다. 그러나 입시방법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담임교사들에게는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서울권역의 외국어고 전형요강도 정확히 꿰차고 있지 못한 상황인데, 서울보다 훨씬 더 많은 경기도권 외국어고등학교의 입시요강까지 꿰차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요구서류가 다르다. 생활기록부사본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고, 성적증명서를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여기에이들 서류를 입학원서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합격한 후에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서류준비방법도 다양하다. 제출서류에 학교장의 직인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사정때문에 담임교사들은 각 학교의 입시요강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쉽지않은 일이다. 입시요강이 상이하여 원서를 다시 작성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입시요강에 봉사활동과 출석상황의 기준일을 제시하고 있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기준일이 제시되지 않은 학교들도 있다. 제시되지 않은 학교의 경우는 해당학교에 유선으로 문의한 결과 원서작성일을 기준으로 하라고 한다. 이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일단 교무업무시스템의 해당일에 출결마감을 한 후 자료반영을 하고, 생활기록부를 출력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다시 마감을 풀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10월 말로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학교들이 간혹 있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성적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학교는 재적수를 표시하도록 요구하고 어떤 학교는 응시생을 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입시요강을 만들어서 승인을 받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원서를 작성하는 학교에서는 그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별로 입시요강이 같아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것들은 통일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전형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것은 학교특성이기에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사소한 것까지 다르게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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