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의 교육공약중에 이런 공약을 기억하고 있는가. '교사를 10만명 증원하여 수업부담을 줄이겠다. 교원평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그렇다. 당시 무소속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의 공약이었다. 당시에는 이 공약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나머지 후보들은 실현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이회창후보를 맹비난했었다.
그러면서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원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했었다. 평가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교육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공약은 별로 없었다. 다만 여건을 보면서 투자를 하겠다는 공약은 있었다. 여건을 보면서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GDP 6%확보도 무조건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가급적 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었다.
지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를 무조건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필자는 리포터 기사에서 교원평가처럼 돈안드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공교육정상화를 원한다면 많은 예산을 확보하여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었다. 외국의 교육을 부러워하기 전에 교육에 대한 투자의욕을 불태운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외국의 교원들과 무조건 비교만 할 일이 아니다. 우수할 수밖에 없는 그 여건을 한 번이라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여건 비교없이 외국은 어쩌구..라고 하면서 교원평가를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강조해왔던 것이다.
이회창후보가 10만명을 증원한다고 했을때 그것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다. 다만 그가 교원증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가 낙선했기에 더이상 언급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새정부가 그런 의지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이다. 교원평가 운운하기 이전에 교육에 대해 천문학적인 숫자의 예산을 투입해 볼 마음은 없는가. 그럴리 없겠지만 예산을 천문학적으로 투입해서 교육여건을 개선했는데도 계속해서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때가서 교원평가 도입해도 늦지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기본적인 여건개선없이 무조건 도입하여 교육이 잘못되고 있는 것을 모조리 교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현재 현직에 있는 교원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충분한 지원은 하지않고 그대로 평가만 하겠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정말로 앞 뒤가 안맞는 일들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필자도 학부모이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교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필자가 다른 학부모에게 평가받는 것보다 더욱더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에서는 교원평가와 관련하여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했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전혀 논의할 시기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20년을 넘게 교직생활을 했지만 여건이 개선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매달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 몇 가지가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건개선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전혀없이 어떻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정리해보자. 교원평가 도입하면 공교육정상화가 가능할 것인가. 어쩌면 조금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학교의 제반여건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쾌적한 교실환경, 언제 어디서나 수업을 할 수 있는 교과전용교실확보, 특별실 여건확보, 학교의 환경개선, 교원들의 잡무개선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아직도 비가오면 교실로 빗물이 들어오는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가. 이런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투입을 먼저 해볼 의향이 있는가 묻고싶다. 교원평가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여건개선이 아닌가. 그냥 여건 개선타령하는 것으로 오인하지 말았으면 한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