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인정하지만, 감독도 괴롭다

2008.11.13 07:40:00

수능시험감독관 회의에 참석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긴 하지만 매년 느끼는 강도가 다르다. 수능시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먼저 비난받는 대상이 감독관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감독관 근무요령을 전달받았다.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공교롭게도 감독관의 실수로인해 시험을 잘못본 학생에게 배상판결이 내려지면서 근무요령을 더욱더 강조하고 있다. 백번을 강조해도 옳은 일이다. 그만큼 중요한 시험이 수능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과거 12년동안 공부한 내용을 단 하루만에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시험보다 중요성이 매우 크다 하겠다. 이런 중요한 시험에서의 감독관은 당연히 교사들이다.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경우는 어떨지 모르지만 중학교 교사들은 정말로 매년 참가해도 생소한 것이 수능시험이다. 감독관 근무요령을 몇 번씩 읽어보고 설명을 들어도 100% 이해가 어렵다. 수능시험과 중학교에서의 시험은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교사들은 그래도 모의수능시험에서 감독을 해 보았기 때문에 형편이 중학교 교사에 비해서는 조금은 좋다는 생각이다.

일단한번 감독관으로 위촉되면 감독관으로 꼭 근무해야한다. 공문에서도 감독관교체는 원칙적으로 안된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심한 감기에 걸릴수도 있고, 배탈이 날 수도 있다. 그래도 당일날 감독관으로 참여해야 한다. 만일 감독근무중에 기침이라도 하게되면 피해가 수험생들에게 돌아가게된다. 어쩔수 없이 참가한 감독관이 불가항력으로 기침을 한번 했을경우, 전 후 사정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감독관에게 책임을 묻는다.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라도 가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두 명의 감독관이 근무를 하니, 잠시 다녀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험생들과 당국에서는 용납하지 않는다. 이것도 감독관이 책임져야 한다. 문여는 소리때문에 시험을 망쳤다고 항의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명의 감독관이 근무하는 시간에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민원을 제기하면 감독관은 물론 시험장 책임자에게까지 책임을 묻게된다.

복도에서 복도감독관이 결시생 조사표를 받으러온다. 그때도 문을 조금은 열어야 한다. 예민한 학생의 경우는 그것도 문제삼을 것이다. 결시생을 조사해서 매 교시마다 바로바로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이런 민원도 결국은 감독관에게 책임이 있다. 같이 시험보는 학생들이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는 수험생이 기침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 감독관이 그 수험생에게 기침을 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한다. 기침을 하는 수험생이 편안히 시험을 볼 수 없다. 간혹 하는 기침이지만 그것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감독관과 수험생사이에 이야기가 오가면 다른 수험생들이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험도중에 수험생이 화장실을 급히가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문을 열어야 갈 수 있다. 감독관 한명이 인솔을 하게된다. 복도를 지나가는 소리에 다른 교실에서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예민한 학생들의 경우는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화장실도 가지말고 그대로 시험을 보아야 해결될 문제이다. 그것을 민원제기하면 역시 감독관에게 책임을 묻게된다. 무서워서 수능감독 하겠는가. 화장품 냄새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것도 어떻게 해야 하나. 감독관은 화장도 하지말고 면도한 후 로션도 바르지 않아야 문제가 없어질 것이다. 차라리 수염을 깍지 않는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아니다.그렇게 되면 수염이 길어서 혐오감때문에 시험을 망쳤다고 할 수도 있다.

올해는 지난해까지 문제가 되었던 민원을 교육중에 자세히 들었다. 정말로 감독관들이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감독관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다. 특이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고사본부에 통보하여 해결하도록 하고 있지만, 어떤 경우는 감독관의 판단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감독관이 나름대로 판단해서 처리한 후 만에하나 문제가 발생하면 또 감독관이 책임져야 한다. 수험생들의 입장에서야 모든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소한 부분도 민원제기를 하지만 감독관들도 최선을 다하지만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수험생들의 어려움과 시험의 중요성은 백번 인정한다. 그러나 수험생들도 조금은 서로가 이해를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관의 잘못은 문책을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수험생들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당국에서는 교실마다 수험생의 수를 줄이고, 감독관 교육도 철저히 하는 등 수능시험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자꾸 감독관 탓으로 돌리기 보다는 가장 현명한 처리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가장 편안한 상태이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노력을 감독관들이 나름대로 하고 있다. 그렇게 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발생한 문제를 무조건 제기하는 것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노력을 어느정도 인정해주는 풍토가 아쉽다. 수험생들도 괴롭지만 감독관들도 어려움은 있다. 하루종일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계속 감독관으로 근무해야 한다. 발생되는 문제를 규정에 정해진대로 처리를 해도 책임을 져야한다. 어렵지만 서로를 조금만 이해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것이 감독관의 한사람으로써의 바램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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