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수능이야기좀 하려고 한다. 필자가 수능감독관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독관 업무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과 수능이후 언론보도, 실제로 수능시험을 본 제자들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기 때문에 또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객관성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고, 실제로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곳에서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인지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먼저 수능시험의 장소문제이다. 현재 서울지역의 수능시험은 자신이 재학중인 학교에서는 시험을 볼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학교를 두고 다른 학교로 원정을 간다. 자신의 학교가 수능고사장임에도 원정을 가도록 하고 있다. 원정이라야, 그리 먼곳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원정을 가도록 한 것은 해당학교가 시험장이되고 해당학교 교사들이 감독관으로 근무한다는 전제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데 실제로 수능고사장에서 해당고등학교 교사들이 감독관으로 나서지 않는다. 해당고등학교 감독관들은 다른학교로 가게되고, 나머지 교사들은 본부요원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그 학교에 오는 감독관들은 다른 고등학교와 인근의 중학교 교사들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굳이 다른학교까지 원정갈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에서 시험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해당학교에서 시험응시가 가능할 것이다.
수능시험이 중요한 시험이라고 본다면 평소에 접하던 분위기에서 시험에 참여한다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낯선학교에서의 시험응시보다 낯익은 학교에서의 시험응시가 편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학교로 간다고 해도 중학교때 은사를 만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들이 자신이 재학중인 학교에서 시험을 응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개선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
또 한가지는 수능이후에 언론보도를 보면 아직도 휴대전화나 MP3등을 소지했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적지않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소지를 막기위해 복도감독관에게 금속탐지기를 지급했지만 그래도 자꾸 적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소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있지만 좀더 방법을 달리한다면 사전에 막을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즉 현재 복도 감독관에게만 지급되는 금속탐지기를 고사실 감독에게도 지급하여 매 교시 직전에 사전검사를 하는 방법이다. 물론 번거로움과 학생들의 불편함이 동반될 수 있고, 인권문제도 대두될 수 있지만 다른 검사방법에 비해 비교적 신체접촉이 덜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경우는 자신이 휴대전화를 소지한 것을 전혀 모르고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부모님이 나중에 연락하기 위해 자녀들의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어둔 경우이다.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생들을 위한다면 좀더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방법을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끝으로 4교시의 선택과목응시방법을 어긴 경우도 44명이나 된다고 한다. 실제로 감독관으로 근무한 교사들은 잘 알겠지만 감독교사들도 응시방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모든 시험지를 한꺼번에 나누어주고 30분마다 시험지를 바꾸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 시험지 인쇄과정에서 과목별 시험지를 따로 세트로 만들면 응시방법을 몰라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대개는 한교실에서 응시과목이 다르긴 하지만 응시생현황표에 응시과목이 나와있다. 사전에 과목을 정해주고 응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시간마다 해당학생의 응시과목을 배부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응시하는 과목이 최대 4과목임에도 문제지는 모든 과목이 다 나와있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 있다. 현재의 시험지 회수시간 2분을 5분정도로 늘리고 과목별 문제세트를 달리하면 어떨까 싶다. 여기에 가급적 같은 과목응시자를 같은 시험실에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소 복잡한 방법들이긴 하지만 학생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사전에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음에도 그대로 방치하는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2년동안 공부해온 것을 단 하루만에 평가받는 것이 현재의 수능시스템이다. 학생들의 편에 서서 좀더 발전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