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설립시 서울시교육위원회의 동의를 구하도록 규정한 지침을 슬그머니 폐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위는 서울시교육청이 2010년 3월 은평뉴타운의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염두에 두고 관련 규정을 폐지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초·중·고 설립 인가시 시교육위의 사전 동의 절차 등을 규정한 ‘학교 설립·폐지 및 변경사항 처리지침’을 지난 6일자로 폐지했다고 23일 밝혔다(쿠키뉴스, 2008.11.23 17:30).
이 지침은 지난해 4월 학교 신설시 시교육위와 협조 제체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 공립 초·중·고는 물론 사립 특성화중(국제중), 외국어고, 국제고 및 자립형 사립고 등의 인가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내년 3월 개교하는 국제중 동의안도 이 지침에 근거해 시교육위 사전동의를 받아 처리됐다. 그런데 국제중설립 의안이 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된지 6일만에 이해할 만한 해명없이 폐지된 것이다. 충분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을 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국제중학교 설립과정에서 서울시교육위원회의 동의를 어렵게 얻어냈기 때문에 이 지침을 폐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에서는 '지방교육자치법에 지침의 근거가 없는데다 다른 시·도에는 관련 지침이 없어 폐지했다' 고 설명하고 있지만,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동안 이지침을 6개월간이나 살려놓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또한 하필이면 이때에 지침을 폐지하느냐는 의혹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해명인 것이다. 논란을 충분히 예견하고 나름대로의 해명을 내놓았지만 도리어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맞는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 즉 국제중학교 설립동의안을 가까스로 이끌어낸 서울시교육청이 이번에는 2010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은평자사고 설립에서는 동의를 거치지 않고 설립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은평뉴타운지역에 설립될 은평자사고는 설립주체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지난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공정택 교육감에게 후원금을 제공해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학생 선발시 하나금융그룹의 임직원 자녀를 면접만 보는 특별전형 대상에 넣는 것도 변형된 형태의 기여입학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런 지적때문에 설립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자 슬그머니 지침을 폐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여 부를 떠나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지침폐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의구심에 대한 해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보는 관점에 따라 서울시교육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로 볼 수도 있다. 즉 골치아픈 서울시교육위원회에 전면전을 선언한 것과도 같다. 정면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은평뉴타운지역에 들어설 은평자사고설립을 두고 교육감선거에서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한 일이기에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결백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황을 제시해야 한다. 앞서 제시한 것처럼 단순한 이유로는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의 조치는 경솔한 조치였기에 거두어 들여야 한다. 서울시 교육위원회와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 뻔한 현실에서 계속 밀어붙인다면 서울시민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감선거에서 공정택교육감의 도덕성이 문제시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의 지침폐기로 더욱더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 점 의구심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어떤 배경으로 지침을 폐기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단독으로 한 일인지 아니면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것이다. 자꾸만 의혹에 휩싸이는 것은 서울교육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시 교육청의 현명한 판단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