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20여년 이상을 재직하면서 변화를 느끼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교육여건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학생들이 변하고 교사들도 변하고 있다. 다양하게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중에는 긍정적으로 변한 것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부정적으로 변한 것을 떠올린다면 바로 학생들의 변화일 것이다. 한마디로 요즈음 학생들은 예전의 학생들이 아니다라고 요약이 가능하다.
그런데 학생들의 변화와 함께 학부모들의 변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의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을 무조건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요즈음의 학부모들은 그렇지 않다.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철저한 확인과 함께 자신들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되면 바로 학교에 시정할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학교현장이지만 그 중에서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학생들의 출결에 관한 인식변화에 대한 것이다. 불과 2-3년전만 하더라도 학년말이 되면 학생들에게 '개근상'이라는 상을 수여했었다. 학교를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개근상을 한 두번쯤은 받았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상이 개근상이었다. 이런 개근상이 최근들어 서서히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왜 그럴까.
개근상이야말로 여러가지 상 중에서 가장 소중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개근상을 받기 위해서는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근상을 받기 위해서는 아프지도 말아야 하고, 어디를 다쳐도 안된다. 무조건 학교를 빠지면 안된다. 결석은 물론, 지각, 조퇴, 결과를 단 한번이라도 하면 개근상은 물건너 가는 것이다. 예전의 시골학교 풍경을 생각해 보라. 아버지의 자전거 뒷자리에 타고 등교하는 모습, 어머니가 아이를 등에 업고 등교시키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이런 정성이 있어야만 개근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어떤가. 특목고 진학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학교출석은 별로 관심이 없다. 오로지 특목고에 진학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무단결석을 할 망정, 학원에는 가야하는 것이 요즈음의 학생들이다. 아니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특목고 시험을 앞두고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보면 학부모의 인식도 분명히 변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출석보다 특목고 합격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일이다. 아파도 학교에 가서 아파야 한다고 했던 예전의 아버지,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려보라.
요즈음 학생들이 출결에 소홀히하는 이유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출결을 소홀히 생각하는 인식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될 수 있다. 이들이 나중에 직장생활을 한다고 할때, 그러한 인식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학교에 출석하는 일을 소홀히 하면 안되는 이유이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이 바로 출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입시와 대학입시에서 개근상을 받은 횟수가 많을 수록 우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결석을 몇번 했느냐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현재의 고입시 제도보다는 무조건 개근한 기록만을 우대해 주자는 것이다.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 개근이라면, 단 한번의 실수도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해도 상급학교 입시에서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단 한가지라도 이들에게 만들어 주자는 이야기이다.
요즈음 처럼 출석에 무관심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지도가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에 성실히 출석하는 학생들에 대한 보상책의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개근상을 많이 받은 학생들을 우대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