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계란으로 바위치기입니다.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도 안됩니다. 도무지 타협이 안됩니다. 이러다가 우리나라 교육이 큰일 날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일선학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교원들의 의견역시 소중하게 듣도록 하겠습니다.' 참여정부시절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당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교육관련 포럼에서 했던 이야기이다. 이렇듯 그 의원은 참여정부를 호되게 비판했었다. 그런데 하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지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교과부에서 대책없는 교장임용제 개선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내후년부터 교감직을 거치지 않고 일정 기간 교직을 이수한 자에게 대학원 형태의 '교장전문양성과정'만 거치면 교장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는 교장선발제 다양화와 함께 교감만 되면 대부분 교장까지 '철밥통'이 보장되는 현행 승진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조치로 미국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교장 세대 교체를 위해 도입한 '리더십 아카데미'에 견줄 만하다.
11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김이경 충남대 교수가 교과부에서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제출한 '교장양성제도 도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께 현행 교장양성제도 개선을 위해 일반 4년제 대학 등에 대학원 형태의 '교장전문양성과정' 설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골자이다(매일경제신문, 2008-12-12 04:02).
결국 참여정부시절의 교장공모제보다 한층더 개악적인 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교사 뿐 아니라 교장도 경력을 무시하겠다는 발상이다. 교장을 젊게 임용하여 학교현장을 개혁해 보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학교교육이 교장에게 달려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나이만을 가지고 교장임용방식을 변경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또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승진구조를 한꺼번에 무너뜨리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현재의 교원승진규정은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젊은 나이라도 '교장전문양성과정'만 거치면 교장이 될 수 있는데, 힘들게 교감을 거쳐서 교장을 할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교감은 누가 하겠는가. 교장은 전문양성과정을 이수하면 되도록 해놓고, 교감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다. 교장의 아래직위가 분명히 교감인데, 교감을 뛰어넘는 교장이 온다면 굳이 교감을 하려고 매달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책없는 교장임용제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교감이 될려면 최소 20년이상을 교직에 몸담아야 하는 것이 현재의 교원승진구조이다. 그런데 교직경력 10-15년만 갖추면 교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앞 뒤가 전혀 안맞는 안이다. 한마디로 다른 연관된 제도의 수정없이 교장임용제도만 불쑥 튀어오르도록 하겠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할려면 교감임용도 20년보다 대폭 낮춰야 한다. 서로 균형이 맞아야 할 것 아닌가.
여기에 젊은 교장을 양성하기 위한 교장전문양성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이고, 정원은 얼마를 뽑을 것인가도 문제이다. 또 선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이다. 과정을 마친후에 교장이 될 수 있는 적절한 자격자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너도나도 교장전문양성과정에 들어가기 위해 올인한다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조건 미국에 비슷한 제도가 있다고 그것을 모방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참여정부시절의 교장공보제보다 훨씬더 문제점이 많다. 더욱이 교장전문양성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에 교직경력이 없어도 유능하면 될 수 있다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교장공모제와 똑 같은 안이다. 문제점이 많았기에 채택되지 못했던 안이었는데, 그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교원단체에서 반대해서 공모제를 못했다고 슬그머니 발뺌을 하고 있다. 문제가 많았기에 접었던 안이 아니었던가.
더욱더 큰 문제는 연구용역을 통해 제시된 안이 곧바로 시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내부방침은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곧바로 시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2011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검토된 상태로 보인다. 이 안이 대책없는 안이기도 하지만, 교과부도 대책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교직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생각한다. 교장전문양성과정만 마치면 교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교직의 행정고시 시대가 오는 것인가. 한마디로 이대로 시행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안 자체도 큰 문제이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추진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간단히 모든것이 해결된다면 지금껏 교장임용제도를 개선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갑작스런 개선에 깊은 검토없이, 연구용역 하나만으로 결론짓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대책없는 교장임용개선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무조건 밀어붙인다면 참여정부시절의 그런 모습보다 한 술 더 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진정으로 교육을 걱정하고 개선을 하고 싶다면 이런식의 접근은 안된다. 신중에 신중을 더해서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