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이 무너진 초등학교 교실의 실상을 폭로하며 '체벌 허용'을 주장한 현직 교사의 책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서래초 영어교과 전담교사 김영화(55)교사가 쓴 '지금 6학년 교실에서는…'(미니허니)이 파문의 중심에 있다. 야단치는 교사에게 아이들이 욕하고 대들면서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하는 현실이 소설 형식으로 묘사돼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아직 접하지는 못했지만, 교사들이라면 최소한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중학교에 근무하는 필자로써는 초등학교 6학년들의 이런 행동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위 교사에게 대드는 학생들이 최소한 초등학교에는 없는 줄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의 교권침해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의 보도를 접하면서 너무나 놀라운 현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와 유사한 일들이 있음을 알고있다.
저자인 김교사가 체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체벌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와 체벌의 사회적 논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김교사도 체벌에 대한 확고한 주장을 펼치기에는 사회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체벌문제는 아무리 토론을 하고 또 해도 끝장토론이 될 수 없는 주제이다. 서로의 입장차이만을 확인할 뿐이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교권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이론적으로야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이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다. 당연히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일부의 학생들 때문에 많은 학생들의 학습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에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사랑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재조치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랑을 강조하는 현재의 풍토에서는 적절한 조치가 적절한 조치로 끝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교사가 적절한 조치를 했어도 이 조치를 문제삼으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의 체벌문제도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결국 결론없이 며칠 지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학생들이 교권을 침해할 경우의 조치는 나름대로 학교마다 하고 있다. 문제는 그 조치에 대해 학생들이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적법한 과정을 통해 조치를 내리고 있지만 그 조치에 부담이 없다면 조치를 취하는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조치를 내린다는 것은 유사한 일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그보다 더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면 그 조치는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조치의 필요성까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체벌문제만으로 압축시킬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나는 제반 문제에 대한 당국의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학교에 맡겨놓고 처리과정에서의 문제점만 자꾸 발생시키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재발방지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교권침해가 학생들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 대해 일반 학부모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집에서 자녀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더욱더 이해가 안갈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이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다. 이런 단체생활에서 학생들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집에서의 생활과 다른 것이다.
따라서 체벌에 촛점을 맞출 문제가 아니고 학생들이 학교규칙을 어기고 교사에게 불손한 행위를 한 경우, 그들이 부담을 가질만한 제도적장치가 필요하다. 이것을 교육당국에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사랑으로 가르치는 풍토에 찬물을 끼얹는 학생들에 대한 장치마련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들이 또다시 같은일을 계속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학교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본질은 체벌문제가 아니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