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중지란 있을 수 없다

2008.12.17 10:48:00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學不可以已(학불가이이)-학문이란 중지할 수 없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학문이란 중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不可以(불가이)는 ‘할 수 없는 것이다’의 뜻보다 더 강한 뜻이 담겨져 있다. 不可以(불가이)는 영어로 must not 즉 ‘해서는 안 된다’의 뜻으로 다가온다.

학문을 중도에 그만두는 것을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문을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기에 아주 강한 어조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학문을 그쳐서는 안 된다고 그만두어서는(已) 안 된다고,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왜 그렇게 권학편 서두에서 그렇게 강하게 강조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학문이 너무나 깊고 높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높은 산에 올라보지 않고야 어찌 산이 높을 줄 알겠으며 깊은 계곡을 굽어보지 못하면 땅이 두꺼운 줄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높은 산에 올라가려면 중도에 그만둘 수가 있는가? 높은 산에 올라가야 산이 높음을 맛볼 수 있는데 중도에 포기하면 산이 높음을 알 수가 없고 깊은 계곡에 가보아야 땅의 두꺼움을 맛볼 수 있는데 중도에 그만두면 어찌 땅의 두꺼움을 알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학문의 높고 깊은 맛을 알기 위해서는 그만두어서는 안 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 왜 학문을 중도에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했나? 배움을 계속하면 가르치는 이보다 더 학문의 깊이에 도달할 수 있으며 배움을 중단하지 않으면 스승보다 더 학문이 능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학문을 중도에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우리가 가르친 제자들 중에는 우리가 가르친 선생님보다 훨씬 탁월한 제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훌륭한 의사, 판검사, 과학자, 교수, 선생님..등등 무수하게 많지 않은가? 순자는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기에 학문을 그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공부가 취미가 아닌 것 같애,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나는 선생님과 같은 인물이 될 수 없어 하면서 열등의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면 “學不可以已(학불가이이)라 학문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느니라”라고 깨우쳐 줄 필요가 있다.

‘너는 선생님보다 더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어 순자께서 말씀하였어, “靑取之於藍(청취지어람)이나 而靑於藍(이청어람)하고 氷水爲之(빙수위지)나 而寒於水(이한어수)라”,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라고 하셨어. 선생님에게서 배웠지만 선생님보다 더 훌륭한 인물, 위대한 인물, 탁월한 인물이 될 수 있다고 하셨어.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중도에 공부를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라고 격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부모가 자식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용기를 실어주는 한 방법이라 하겠다.

순자는 배움에 대한 깨달음이 남다른 것 같다. 그래서 배움에 대한 강조를 많이 하고 있다. 중도포기형이 되지 말라는 것과 선생님보다 능가할 수 있으니 더욱 부지런히 배움에 임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순자는 마지막으로 배움에는 깊이가 있고 높이가 있기에 배움을 그치지 말라고 하면서 옛 선인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셨다. 즉 고전을 많이 읽도록 하고 있다. 순자는 “不聞先王之遺言(불문선왕지유언)이면 不知學問之大也(부지학문지대야)니라.”라고 하셨다. 즉 선왕이 남긴 말씀을 들어보지 못하면 학문이 큰 줄을 모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순자는 배움에 깊이 이르면 아는 것이 밝고 행동에도 과오가 없게 될 것 (知明而行無過矣-지명이행무과의)이라고 하셨다. 그러니 학문의 깊이, 높이와 좋은 성품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고전을 예사로이 생각하지 말고 읽기와 배우기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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