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병이다

2008.12.22 09:45:00

우리 옛말에 '모르는 게 약'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도리어 편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예전엔 그랬을지 몰라도 요즈음에는 모르는 것이 병이 된다. 의학이 발전하여 사람몸에 존재하는 아주작은 병이라도 바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화시대에서 모르는 것은 절대로 약이 될 수 없다. 도리어 모르면 모든 경쟁에서 처지는 것은 물론, 미래를 보장받을 수도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변해가는 요즘시대에 모르는 게 병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시절에 학교의 현실을 너무나 모르기에 교육정책이 우왕좌왕하고 생각대로 만들어졌던 기억을 하고 있다. 물론 효과적인 것도 있었겠지만, 교육을 더욱더 혼란에 빠뜨린 경우들이 더 많았다. 그런 와중에서 정부가 바뀌면 이런 일은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빨리 시간이 지나길 바랐었다. 그런데 정부가 바뀌고 나니, 더 나아진 것을 느끼기 어렵다. 도리어 더욱더 혼란스러운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렵기에 이글을 읽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최근에 권영길의원외에 9명의 국회의원이 초·중등교육법개정안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제출했다. 물론 대표발의자는 권영길의원이다. 주요내용은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벌, 조기등교, 두발규정, 개인인격침해등이 교육적목적이라는 명분으로 일어나고 있어, 학생들이 헌법상 보장받고 있는 국민적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모두 금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결국은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인데,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금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의 인권이 매우 중요한것은 사실이다.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학생들은 성인이 아니기에 그들을 교육하는 교사들보다 인권을 더 강조하는 것도 틀린말이 아니다. 그러나 학교교육의 현장이 갈수록 학생들로 인해 교육하기 어렵다면 이에 대한 답도 함께 제시해야 옳다. 하루가 멀다하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도 단 한마디도 하지않던 국회의원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앞세워서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과연 납득이 되는 일인가.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하기를 원하고 있다. 학교수업만을 받으면서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이들 학생들의 인권도 중요하다. 수업시간에 일부학생들에 의한 수업방해로 인해 이들은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인권이전에 동료학생들 때문에 이들은 학습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권보다는 학습권을 원하고 있다. 두발규정을 어겨서 교사에게 지도받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훨씬 적다. 대다수의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가 일부학생들의 인권때문에 법의 제한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먼저 세운후에 인권을 논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닌가 싶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과연 학교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학교가 어려워도 교사이기에 학생들을 끝까지 지도해야 한다는 논리에 절대로 반대하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런 사명감을 가져야만이 교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어느 한쪽만을 위한 법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학교를 한 번 와서 함께 생활을 해보라. 많은 학생들은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 학교규칙도 잘 지키고 교사의 지도에도 잘 응한다. 일부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교사에게 폭언을 퍼붓기도 하고, 욕설을 하기도 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폭행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부학생들을 위해 법을 개정하여 모든 것을 금지하여 학생들의 지도 자체가 어렵게 만들어야 하겠는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이들 국회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모르는게 약'이 아니고, '모르기 때문에 병'을 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학교현장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인권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권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내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 묻고싶을 뿐이다. 교사의 능력으로 해결하라고 하면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답하고 싶다. 앞뒤 생각을 하지않고 무조건 법안을 만들어 놓으면 피해는 누가 받는가. 교사가 받을 것 같지만 그 피해의 당사자 역시 학생들이다. 왜 학생들을 사랑하는 의원님들께서 이런 생각을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의 초·중등교육법개정안은 절대로 통과되어서는 안된다. 도리어 지금의 법을 개정하여 학생들의 학습권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인권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인권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은 더욱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백지화할 것을 촉구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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