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여건 속 경쟁은 무의미

2009.01.02 22:06:00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학교에 기존의 특목고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순수한 일반계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자칫 3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현재의 구도에서도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이러한 우려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그동안의 특목고 진학을 위한 학생들의 경쟁은 물론, 일선 중학교의 경쟁도 보이지 않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평준화를 깨고 경쟁을 유도하여 한단계 발전된 방향으로의 전환은 시대적인 요구사항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적당한 경쟁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경쟁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집단이 나와서는 안된다. 아무리 경쟁에 뛰어들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쟁이 계속된다면 그 경쟁에 계속 합류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그룹이 나오게된다. 이런 포기가 자꾸 늘어난다면 그 경쟁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질 수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입학을 위한 경쟁이 필수적이라고 해도, 서로 상이한 여건하에서의 경쟁의 결과는 누구나 예측이 가능하다. 소외되는 집단이 없도록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이런 구도에서는 어느형태의 고등학교에라도 진학을 해야 본전은 뽑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최후에 기존의 일반계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면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한 형태의 학교라도 진학을 하지 못하게 되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3류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뿌리깊어지기 이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미 낙인이 찍힌 후에는 벋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완전히 학생선발권에서 자유로운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학생들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있으며, 학사운영까지도 자율성이 보장된다면 일반계고등학교와의 차이는 더욱더 벌어질 것이다. 경쟁에서 이겨서 진학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기존의 고등학교에도 다른 형태의 고등학교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조성을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최소한 소외된다거나 3류학교의 학생이 아니라는 인식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경쟁여건 조성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많은 차이가 난다면 경쟁 그 자체를 할 수 없게된다. 경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일반인들도 경험하듯이, 업무가 너무나 폭주하면 처리능력을 잃고 감당을 할 수 없게 된다. 경쟁도 마찬가지이다. 적당히 경쟁의 여건이 주어져야지, 너무나 차이나는 여건에서는 경쟁 그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고등학교를 설립하여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좋지만 나머지 학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같은 여건에서의 경쟁을 유도하도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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