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자 중앙일보를 보았다고 가정할때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놀라움과 함께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을 것이다. 특히 중학교 교사라면 더욱더 그런 황당한 경험에 당혹감이 더했을 것이다. 물론 이날의 신문이 수도권에만 해당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인터넷을 통해서도 서비스가 되었기에 전국판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기사였기에 이렇듯 서두에 헷갈리는 이야기를 길게 하는가라고 생각할 독자도 있을 것이고, 아, 그거. 라고 금새 알아차린 독자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고, 이날 중앙일보에서는 서울시내 모든 중학교의 '특목고 합격현황'을 자세히 공개했다. 외고, 과고 등의 합격자를 정확히 공개했는데, 우리학교(서울 대방중학교)의 현황도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공개 자체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길이 없지만, 학교별로 공개하여 중학교도 좋은학교와 나쁜학교로 분류해 보자는 의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육여건의 차이가 특목고 진학의 차이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런 결과 나왔다. 교육여건의 차이가 특목고진학현황과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학교간의 경쟁을 유발시켜 특목고 진학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은가의 여부를 떠나, 그러한 사실이 일선학교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다는 것은 따져볼 문제이다. 특목고 진학이 그 중학교의 수준을 결정지을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처럼 학교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라한다면 수능이나 내신에서 어느정도 성적향상을 이룰 수 있지만(물론 대학별고사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특목고진학은 학교공부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과정에의한 수업을 아무리 열심히 들어도 특목고를 진학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이 코너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특목고의 학교별 시험이 이미 중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선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대학별고사(논술 등)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난 문제가 출제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학교별로 특목고 합격현황을 공개한다는 것은 학교입장에서는 전혀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사교육기관에만 플러스 알파를 주게 될 뿐이다. 특정지역의 사교육기관에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더욱더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특목고진학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될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 학교에서 특목고 진학등을 위해서 별도의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간의 비교가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이야기이다. 결국은 어느학교 학생들이 사교육을 더 많이받고 있는가에 대한 비교일 뿐이다.
여기에 한가지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학교간 특목고 진학현황은 일선 중학교에서 교육청에 보고를 했다. 이 자료가 해당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런일이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자료가 정확한 것을 보면 그 기자가 일선학교를 통해 일일이 취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누군가가 자료를 넘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만일 시교육청에서 보도자료를 냈다면 중앙일보에만 기사가 나갔을리 없다. 다른 언론에서도 같은 내용의 기사가 나갔을 것이다. 수능성적발표이전에 자료유출로 수사가 진행되었었다. 이번의 문제도 그냥 넘어갈 문제인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기사가 나가면서 일선학교의 교장들은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다. 아무래도 해당 학교의 특목고진학생수가 적다면 신경이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교장들은 경기도권 특목고 진학자까지 합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데...라고 하면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결국 일선학교에서 신경을 쓰도록 하는 것이 최종목표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었다는 생각이다. 중학교의 서열화를 이런식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않다.
특목고 진학학생은 학교별로 극히 일부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나머지 수많은 학생들도 생각해야 한다.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는 경우도 간혹 나오는 현실에서 최상위권 학생들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아쉬움이 있다. 학교별로 경쟁을 시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런식으로 극히 단편적인 부분만을 놓고 비교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경쟁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인위적인 경쟁을 시킨다면 반드시 부작용에 봉착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모두를 위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의 자료유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