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을 맞춘 경쟁'이 필요하다

2009.02.04 08:41:00

학교알리미 서비스가 시작된 후 일선학교에서는 공개항목중에서 최소한 대외로 내놓을 수 있는 항목에 대해서는 잘해 보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앞으로는 학교별 성적도 공개될 예정으로 있어, 관심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사람이건 학교건 서로를 비교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비교를 당한다는 것은 그리 편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앞서가고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야 기분이 좋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데 요즈음 학교에서 가장 발빠르게 학교공시제도 도입에 대처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교장선생님들이다. 이런 움직임을 원한것이 교과부의 노림수 였을 수도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교장선생님들에게 비상이 걸린 것이 있는데 바로 특목고 진학에 대한 것이다. 앞선 기사에서 밝혔듯이 중앙일보에 각 중학교의 특목고 진학현황이 보도되면서 이에대해서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이다. 특목고를 많이 진학시킨 학교의 교장은 그래도 느긋한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의 교장은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올해는 어떻게 하든지 최대한의 인원을 진학시키고자 노력할 태세인 것이다. 단 한명도 특목고 진학을 시키지 못한 교장들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한다. 교장들끼리 모이면 이런 내용들이 화제에 오르는 모양이다. 태연한척 하는 교장들에게도 중앙일보 보도내용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특목고진학현황만 가지고도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앞으로 학교별 성적공개가 이루어지면 이런 현상은 더욱더 심화될 것이다. 물론 모든 교장들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렇게 경쟁을 유도하여 학력신장을 도모하자는 것이 학교공시제도 도입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런 움직임이 벌써부터 나타나니 교과부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사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교사들도 이런 변화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어쨌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다른학교의 학생들보다는 여러면에서 우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교사라고 마음이 편할리 없는 이유이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데에 있다. 특목고 진학만 보더라도 아무리 중학교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른 학생들이라도 사교육없이 진학이 어렵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면 학교에서 왜 그런것을 가르치지 않느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학교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은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이 유리한 것이 바로 특목고 입시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따라잡기 어렵다.

결국 사교육의 정도가 특목고진학이나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장선생님들이 아무리 의욕적으로 노력을 해도 그 노력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다. 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간 비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학교공부를 중요시하는 풍토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지금의 현실로는 학교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경쟁을 시키더라도 어느정도 균형을 맞춰서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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