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이 전도되면 안되지요

2009.02.09 21:23:00

사교육을 잡기위한 교육당국의 노력을 보면 조만간 사교육이 잡힐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된다. 특히 최근들어 서울시교육청의 사교육잡기 프로젝트는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절실함과 각오에서 출발된 듯 보인다. 그만큼 현재 우리교육에서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것이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사교육과의 전쟁은 계속된 대치국면으로 충돌직전에 와 있다는 생각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이기위한 방안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방과후 학교이다. 이미 필자는 이코너를 통해 방과후 학교의 장·단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이번에도 같은 맥락에서 이 문제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방과후학교가 활성화된다면 사교육을 줄이는데 확실한 역할을 할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어떻게 활성화시키느냐와 이를통해 학원으로 가는 학생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이다. 대도시의 경우는 방과후 학교는 방과후 학교대로 참가하면서 방과후 학교가 끝나면 다시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자투리 시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큰 이유는 방과후 학교를 믿지 못하겠다는 학부모들의 생각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생각을 바꾸기 이전에는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이다.

이런 핵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직접 나선다는 보도를 접했다. 옳은 판단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그 방법을 보면, 방과후 학교의 과정을 국어, 영어, 수학등 사교육수요가 많은 과목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 이후에 학원을 찾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밤10시 정도까지 방과후 학교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부기관에 위탁하는 문제부터 각급학교 교사들이 직접 지도하는 방안까지 연구중에 있다고 한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에 관련된 연수를 대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도 한다.

전혀 잘못된 방안은 아니다. 다만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모두 태우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앞선다. 자칫하면 학교가 방과후 학교위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낮에 수업을 받고 수업후에는 방과후 학교에 더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부의 학원강사들이 방과후 학교 강사로 주로 활동하게되면 학교인지 학원인지 분간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교육기관들이 공교육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하겠다.

따라서 방과후 학교를 강화하여 사교육을 잡기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백번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가 주인지 학교수업이 주인지 확실히 구분이 되어야 한다. 주객이 전도되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일부학교에서는 방과후 학교를 위해 점심시간에 청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업후에 바로 방과후 학교 수업을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종례시간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학교활동이 위축될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싶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사교육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해도 학교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 방과후 학교도 학교가 존재해야만이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학교를 외면하고 방과후 학교위주로 간다면 학교의 존재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정책추진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절대로 생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신중하게 접근하되 발생될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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