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과 경기권 외국어고등학교의 금년 입시안이 발표되었다. 내신실질반영률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축소되었다는 지적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면서 해당 시 도교육청에서 수정을 하도록 조치 하기에 이르렀다. 시험방법등도 교육정상화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이 역시 두고 보아야 할 문제로 보인다. 대부분의 외국어고등학교에서는 내신반영비율과 관계없이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음으로써 당 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물론 외국어고등학교들의 이런 행보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내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별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중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에 앞장선다는 취지를 충분히 살린다면 어느정도는 해소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내신차이를 많이 두지 않는다는 것은 사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외국어고등학교의 입장에서는 펄쩍 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중학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 자체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법을 좀더 다른쪽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만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선발한 학생들을 우수한 학생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원래부터 우수한 학생들은 특별한 공을 들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우수한 상황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교육을 실시한 후에 그 결과의 변화를 보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대학의 '3불(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 원칙' 무력화 움직임에 정부가 결국 '입시 재개입'이란 강경 카드를 꺼냈다. 학생선발 이기주의에 빠진 대학들이 스스로 대입 자율화 기회를 차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율권을 스스로 깨버린 대학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학입시와 관련된 전권을 위임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입시의 자율권 부여에 따른 입시방법의 조정에 실패했다는 것이 최근 고려대 입시 논란으로 드러나면서 정부가 개입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경향신문, 기사입력 2009.02.13 18:09).
수시전형에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려대 총장이 고교등급제 도입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연세대가 2012학년도에 본고사 실시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도 대교협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교사 등 일선 교육 현장은 큰 혼란에 빠져들었고 급기야는 대교협을 신뢰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 역시 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면 그만이라는 대학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빗어낸 결과인 것이다. 주어진 자율권을 제대로 살리지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진정으로 교육발전을 꾀하고 중 고등학교의 교육정상화에 기여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우수한 학생선발만을 고집하지말고 잠재력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여 그들을 더욱더 우수한 인재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입시방법을 바꿔야 한다. 우수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쉽게 선발하여 쉽게 교육하는 길을 택하지 말고 인재육성에 촛점을 맞춰야 자율화도 실현되고 교육강국도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