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평가' 후폭풍이 더 괴롭다

2009.02.24 22:47:00

학교에서만 책임져야 하는가. 학교는 괴롭다.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학교가 자꾸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물론 모든 과정에서 학교가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있는 것도 책임을 따져야 한다. 교과부에서 책임지는 것이 겨우 학교를 괴롭히고 교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인가.

이맘때 쯤이면 학교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다는 것을 교원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새학기 시작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말로는 방학이지만 적어도 절반이상의 교원들은 매일같이 출근을 하고 있다. 각 부서별 업무를 챙겨두어야 새학기 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디 한곳만 준비가 덜 되어도 학교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 자동차의 부품이 하나만 부족해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현상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건 무슨 날벼락인가.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에 실시되었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실사를 통해 다시 확인하겠다고 한다. 제대로 채점하고 제대로 보고를 했어도 실사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 시기에 실사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왜 이때 실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실사를 통해 문제가 발생했다면 시험을 다시 볼 작정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경우만 다시 채점해서 보고하라고 해야 옳다. 정말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는 학교는 학교장 책임하에 실사를 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옳다.

잘못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유사문제가 없는 학교까지 다시 실사를 한다는 것은 학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진단평가가 3월10일로 코앞에 다가와있다. 신입생 입학과 함께 바로 실시된다. 지난해의 문제는 충분히 일선학교에서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의 시험에서 그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준비기간을 주어야 제대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것 아닌가. 시험은 코앞에 다가와 있는데, 지난해의 문제로 인해 준비가 소홀하여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면 또 학교책임으로 돌릴 것인가.

예견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채 시험을 강행한 정책당국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 실사를 해서 다시 검토하는 방법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더욱더 중요하다. 어떤일이 있어도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은 분명히 생각해 보았어야 옳다는 이야기이다. 지시를 내리면 따라야 하겠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교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는 것보다, 그 결과에 대한 후폭풍이 더 괴롭다. 일부 학교와 지역때문에 전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정책당국에서 할 일이 아니다. 학교장이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도록 지금이야말로 학교장에게 권한을 주어야 한다.' 바로 그것이다. 학교장이 책임지고 일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것을 무조건 책임을 묻고 문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학교에 최대한의 권한을 주고 그래도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는 것이 좀더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후폭풍이 이렇게 괴로울 줄은 정말 몰랐다. 이것이 현실인가.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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