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흔들리는 것 아닌가

2009.03.05 21:47:00

교육관련 관심사가 많지만 전 국민을 두렵게 만드는 것이 사교육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미래에도 사교육관련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정책적으로 사교육비와의 전쟁을 선언해도 전쟁에 의한 전사자만 자꾸 늘어날 뿐이다. 그만큼 대책이 없는 것이 사교육이다.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고 비난하면서도 어느새 자신도 사교육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현실인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했던 방과후 학교, 현 정부 들어서는 정책의 혼선으로 사교육비가 증가되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더욱더 방과후 학교에 매달리고 있는 느낌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교육과의 한판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과는 참담하리만큼 사교육이 증가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정책이 또 나올지 궁금하지만, 사교육을 줄이기에는 더욱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방과후 학교이다. 이 방과후 학교가 사교육비 절감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접하지 못했지만, 정부나 시 도 교육청은 내심 이쪽에 올인하고있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어도 그래도 사교육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방과후 학교를 두고 일선학교에 보이지 않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방과후 학교에 참여를 하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강제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강제성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장에게 방과후 학교 참여율을 높이라고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를 마친 후에 학원에 가는 것을 막기위해 야간에도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도록 권하고 있다. 대략 오후 9시-10시까지 하는 경우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로인해 학교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즉 오후 3시 전 후로 수업을 마치는 중학교의 경우, 그때부터 방과후 학교가 시작되어 오후 10시까지 이어지게 된다.

방과후 학교운영시간이 오후 3시 반정도부터 시작되어 오후10시에 끝난다면 전체 운영시간이 6시간 반정도가 된다.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하여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시간이 오전9시에 시작하여 오후 3시까지 이어진다면 6시간 정도가 된다. 여기에는 1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이 포함되어있다. 결국 낮에는 5시간정도의 수업을 받고 방과후 학교를 통해서 그보다 많은 6시간 반 정도의 수업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방과후 학교강좌를 모두 수강하는 학생들에 해당하는 이야기이지만, 이쯤되면 어느것이 진짜 학교인지 구분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결국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기존의 정규학교수업을 소홀히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는가. 본질을 왜곡하는 방과후 학교 활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방과후 학교의 시간이 더욱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정규수업시간을 단축하면서까지 방과후 학교에 매달릴 수도 있다. 학교가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방과후 학교, 현재까지 확실히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통계를 접하지 못했다. 특히 대도시의 학교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소규모 학교나 농어촌 학교의 경우는 확실한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도시에서는 방과후 학교도 참여하고 학원에도 다니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도리어 사교육비가 증가되는 경우도 있다.

확실한 대안으로 믿고있는 방과후 학교에 대한 실효성을 검토해 볼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믿음만 가지고 계속해서 밀고 나간다면 본질이 덮이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가져오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어떤일이 있어도 학교의 정규수업이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하는 이야기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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