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들어 교과부와 각 시 도교육청의 지시로 지난해 실시되었던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의 답안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마무리가 되었다. 말 그대로 학업성취도평가의 답안을 재검토하여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는 작업이다. 당연히 객관식 답안지보다는 주관식(수행평가)답안지의 검토작업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시한 유사답안이나 부분점수부여 기준에 따라 철저한 재검토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재검토 작업이 상당히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재검토를 위한 검토팀이 교감을 팀장으로 하여 교사5명이 한조로 되어있다. 전체적으로는 6명정도가 한 팀인 것이다. 과목별로 검토위원이 1명씩 배정되어있다. 대략 오후1-2시에 재검토가 시작된다. 검토위원 1명이 자신이 맡은 과목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 서울시내 중학교의 경우 한 학년의 학급수가 10학급 내 외인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는 15학급 이상도 물론 있다. 이렇게 많은 학급의 답안을 교사1명이 담당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끝나는 시간이 적어도 오후 6-7시를 넘겨야 한다. 그것도 쉬지않고 작업을 했을 경우이다. 이들 교사들은 학교에서 오전수업을 마치고 다른학교에 재검토 작업을 나간다. 피곤하고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검토중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유사답안이나 부분점수를 두고 검토위원과 해당학교 채점교사와의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해석하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당학교에서는 채점교사들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채점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주관식 채점요령에도 판단이 어려운 경우는 해당학교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검토위원과 입장이 다르면 채점교사들의 협의과정을 거친 답도 채점을 잘못한 것으로 판정되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검토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당시에 채점을 하면서 애매한 부분을 평가원에 문의하면서 채점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재검토위원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함으로써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성적부풀리기의 의혹이 있는지에 대한 재검토 작업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시스템의 부재로 발생한 문제를 일선학교 교사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시험실시 전부터 채점을 일선학교에서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분명히 있었다. 그렇지만 교과부에서는 예산타령 하면서 일선학교에서 채점을 하도록 하였었다. 그에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느껴야 하는 것이 교과부라고 생각한다. 모든 책임을 학교로 밀면서 재검토라는 칼을 빼드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한번 채점도 어려운데 두번 세번을 계속 학업성취도평가 채점에 매달리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득이되지 않는다. 굳이 재검토까지 이루어졌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게된다. 지난해 문제를 올해까지 가지고 온 것이 잘못이다. 잘못은 발생할 수 있다. 그 잘못을 거울삼아 앞으로 잘해 나가야 한다. 서로의 잘못을 함께 인식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급했던 문제라고 생각한다. 재검토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것이 알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