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시되었던 학업성취도평가의 후폭풍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교과학습진단평가(진단평가)실시를 두고 일부 교원단체와 교육관련 학부모단체의 거부운동으로 폭풍전야를 방불케하고 있다. 일제고사를 거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충분한 설득력은 없다. 또한 이를두고 교과부와 각 시 도교육청에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양자간의 팽팽한 대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에 대한 평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부를 선언하고 거부운동을 펼치는 쪽이나, 이를 강행하면서 강력대응을 천명하는 교육당국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평가인 만큼 원활하게 시행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긴 하나, 현재상황으로는 어떤 쪽으로의 결론이 쉽게 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거부를 천명하면서 거부운동을 전개하는 일부 단체들의 행보역시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해서 대화와 타협없이 밀어 붙이는 교육당국의 행동도 결코 제대로 된 행동은 아니다. 그동안 이런 중요한 일을 앞두고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한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평가의 성적조작 문제가 일선학교만의 책임이 아님에도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긴 것부터 시작하여 이를 빌미로 진단평가를 3월이 다 지난다음에 실시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시기적으로 진단평가를 실시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기 때문이다. 진단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평가결과를 활용하여 학생들을 책임지고 지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진단평가의 결과가 4월 중순이후에나 나오게 되어있어, 그 결과를 학생지도에 활용하는 것은 5월에나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1학기가 절반이상 지난다음에 지도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시행시기를 조절하여 시행하기 보다는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부진아지도를 실시하도록 했어야 한다.
여기에 잘된 것은 교육당국의 공이고, 잘못된 것은 학교의 책임으로 돌리는 관행을 깨기 전에는 앞으로 모든 평가가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을 것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누가 보아도 교육당국의 잘못에서 발생한 문제를 일선학교에 떠민다면 누가 교육당국의 정책추진을 적극 지지하고 따르겠는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육당국의 잘못이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학업성취도평가를 다시 점검하면서 보낸 시간의 낭비와 인적자원의 낭비가 옳은 선택은 아니었다. 각급 학교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교육당국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부분이 옳은 방향이 아니었던 것이다. 책임을 학교에 물으면서 학교를 또다시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 얻은 것은 거의 없다고 본다.
결국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시험 자체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더 급하다는 생각이다. 매번 시험을 실시할 때마다 반대의 벽에 막히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학교장의 자율권으로 확실히 넘겨서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를 시도하도록 한다거나, 각 학교의 공동체들이 학생들을 책임지고 지도할 수 있도록 평가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시키는대로 하라는 식의 시스템으로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교육당국의 현명한 시스템 개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