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 공개가 만능인가?

2009.04.18 18:29:00

학업성취도평가 공개의 목적은 공개결과를 통해 각 학교와 지역에 분포한 부진학생지도를 위한 정책수립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공개되었던 학업성취도평가의 결과는 일선학교와 각 시, 도교육청의 과도한 경쟁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말았다. 결국 '성적조작'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고, 그로인해 각 학교에서는 성적 재검토를 받는 사상초유의 일을 겪게 된 것이다.
 
성적공개의 파장이 엄청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교과부이다. 그 와중에 자신들의 잘못은 슬그머니 덮어 버리고 일선학교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데에 성공을 거두었다. 앞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문책을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교과부의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수능성적자료분석결과를 내놓았다. 평가원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수능성적자료의 공개에 대해 수능성적자료의 분석을 통해 교육정책의 참고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적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을 파악하여 향후 정부가 학교교육의 경쟁력과 질 향상을 위한 교육정책을 수립할때 기초자료로 제공한다고도 했다. 수능성적자료 공개를 원하는 사회적 요구를 고려했다고도 한다.

이런 취지라면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문제는 그 결과가 발표되면서 학업성취도 때와 마찬가지로 원래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지역별로 어느지역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는지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의 참고자료라는 이야기가 무색할 정도로 모든 언론에서는 엉뚱한 곳으로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학교별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각 지역간의 결과에 이어 학교간의 차이가 공개되어야 학교교육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개를 요구하기에 앞서 각 학교별 결과를 공개하여 그것을 분석한 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단순히 학교간 공개를 통해 성적이 우수한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를 비난하고 몰아붙이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하나 실제로 학교별 성적이 공개된다면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교육정책수립에 참고자료로 삼기위해 시작한 것이 학교별 서열화가 이루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이다.

기피학교가 생긴다면 학생들이 그 학교 진학을 기피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은 그 학교에 가까이 거주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기피하는 학교는 분명히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상 그 학교를 꼭 가야하는 학생들이 존재한다면 학교가 갑자기 도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학업성취 수준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인은 가정의 사회·경제적 환경이라고 한다. 전국 시·군·구 중 상위에 위치한 지역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 성적이 높게 나온 것은 극히 당연하다. 그럼에도 학교간 비교를 고집하는 것은 발표해 놓고 학교별로 출혈경쟁하는 것을 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경쟁은 모든 조건이 공정해야 가능한 것이다. 조건이 다른 경쟁은 결과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능성적공개가 만능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번의 학업성취도평가결과 공개가 가져왔던 후폭풍이 수능성적공개에서도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따라서 이미 공개된 자료를 통해 원래의 취지대로 분석을 통해 교육정책수립에 대한 자료만으로 활용해야 한다. 학교간 성적공개를 하는 것보다는 지역별 여건을 고려할 때가 아닌가 싶다. 다만 여건이 비슷한 지역에서 성적편차가 크게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지역의 학교에서 특별히 신경써야 할 문제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그렇더라도 전국의 모든 학교를 똑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일은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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