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5 학교자율화조치' 발표로 각급 학교에서는 많은 기대를 했었다. 각종 규제들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발표당시에도 말은 학교자율화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시 도교육청 자율화의 성격이 훨씬 더 강해서 학교의 자율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했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자율화조치 1년이 지난지금 현실화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각 시 도교육청은 교과부로 부터 많은 권환을 위임받았지만 학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2009 학업성적관리방안'만 놓고 보더라도 학교 자율화와는 거리가 멀다. 각급학교의 정규고사시에 지켜야 할 것들이 매우 자세하게 나와있다. 만일 이 방안에 나와있는대로 실시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는 철저히 조사를 하여 관련자를 문책하겠다는 것도 포함되어있다. 학교자율화와는 거리가 멀다. 학교시험에서의 감독문제도 자세히 언급해 놓았고 이 자료를 보도자료로 냄으로써 언론에 대대적인 보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지난 3월31일에 실시되었던 교과학습진단평가때에 학부모 감독을 거의 강제적으로 실시하도록 하여 문제가 커지자 학교의 재량에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과학습진단평가와 관련하여 학부모 감독제의 시행이 학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받아들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안하면 안되는 것으로 인식했었던 것이다. 강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준 강제적인 성격이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규제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은 그뿐이 아니다. 서술형, 논술형평가를 학교에서 여건에 맞게 비율을 정하라고 하면서도 장학지도 등에서는 비율을 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말이 자율이지 자율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험감독 문제나, 서술형평가 문제를 문의하게 되면 담당장학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제 입장에서는 원칙적인 이야기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시교육청에서 내려온 지침을 그대로 말씀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지역교육청의 존치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즈음에 이런식의 답변은 지역교육청의 개편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나름대로 철학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교사들이 가지는 불만을 해소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정확한 정황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모른다고 답변하거나 원칙이 그렇다는 답변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골치아픈 일들은 학교의 몫이다.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한다. 정확히 알려줘야 할 문제들은 대부분 학교의 몫이다. 성적처리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관한 문제도 어려운 사항은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 물론 이런것들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정립에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정작 필요한 것에는 인색하고 힘든 것에는 자율적으로 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결국 학교자율화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도리어 규제가 더 강화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교과부에서 이양받은 권한을 학교현장에 과감히 넘겨주는 결단이 필요하다. 모든 권한을 학교장과 학교구성원에게 넘겨 주어야 한다. 단 문제를 일으킬 경우는 확실한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 학교자율화의 문제점을 하루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권한이양이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