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연륜'을 무시하지 말라

2009.05.02 07:42:00

'경험: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   연륜: 여러 해 동안 쌓은 경험에 의하여 이루어진 숙련의 정도' 야구선수중 송진우라는 투수가 있다. 40세를 훨씬 넘긴 나이지만 아직도 현역선수로 뛰고있다. 그가 등판하면 그것이 곧 기록을 의미한다. 최고령 현역투수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닌다. 나이도 나이지만, 타자를 상대하는 그의 능력은 놀랄만큼 탁월하다.

공의 빠르기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떨어져 있지만, 타자를 만나면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면서 타자와 상대한다. 힘이 떨어질 나이임에도 현역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젊고 유능한 투수들이 많지만 그의 자리는 아직도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바로 오랜 '경험'과 '연륜'이다. 그에게 가진 무기는 이 두가지 밖에 없다. 힘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공의 빠르기가 빠른것도 아니다. 그의 버팀목인 경험과 연륜,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인 것이다.

교과부에서 발표한 3단계 학교자율화방안에 수학, 과학, 외국어 등 특정분야 박사학위 소지자에게 교사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포함되어있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사학위 소지자를 우수한 인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박사학위 소지자가 우수한 인력이라는데에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두 긍정하지도 않는다. 당장에 즉시 전력감(운동경기에서 바로 투입하여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에게 흔히 하는 이야기)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능한 인재라도 바로 교단에 들어서서 교육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니 바로 교단에 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로 인한 효과가 바로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패기와 지식으로 무장이 되어 있을 수 있지만,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경험'과 '연륜'이 없기 때문이다. 신규교사가 오면 보통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정신이 없다. 학생들 가르치고 업무처리하고 정말 정신이 없다.' 그러면 기존의 선배교사들은 '한 5년은 지나야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해 준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5년이 그리 과장된 기간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5년이 지났다고 기존의 교사들과 같아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기간이 5년이라는 이야기이다. 10년, 20년이 지나면서 교사들의 능력은 탁월하게 증가한다. 다른 직종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교직에서 만큼은 틀림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어도 학생들에게 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훌륭한 교사가 아니다. 따라서 교사는 박사학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세월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지는 경험과 연륜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모든 교사가 다 그런것은 아니라고 이의제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교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많은 교사, 또는 대부분의 교사가 경험과 연륜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과 연륜을 중요시하지 않더라도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교직에 들어서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전문인력이 많다. 이들은 교사가 되기위한 전문교육을 받은 인재들이다. 이들 인재를 잘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가에서 양성한 인재가 있음에도 그들외에 또다른 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은 객관성이 떨어진다. 뚜렷한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박사학위 소지자를 교사로 양성하는 방안의 도입은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기존의 인력을 충분히 활요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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